
이번 학기 고급한국어 수업은 학생 수가 12명으로 비교적 적어 교실이 아닌 공간에서 수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교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제약에서 벗어나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음식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우연히 체리암과… 더 보기

기획자는 많이 읽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엮으며 만나야 한다. 5월에는 봇물 터진 공연들 여럿 챙겨보기로 결정하고(황당한 스케줄이 되어버림) 아울러 감상평/일기 형식의 메모장도 적어보기로 했다. 팥은 평생 공연을 꽤나 많이 봤으나 그 시간 온전히 즐기고 느꼈으면… 더 보기

편지쓰기 편지를 쓰고 싶지만 이름도 주소도 모르니까, 나는 그저 이 밤을 편지지처럼 접습니다. 반으로 접힌 밤은 그렇지 않은 밤보다 더욱 깊은 어둠을 가졌듯, 무언갈 접는다는 건 정말이지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라 생각해요. 자국이 남고 되돌아갈… 더 보기

낭독을 하는 날 체리암에 처음으로 방문한 김시인은 일찍 도착했다. 과일꾸러미를 들고 옴. 간식용은 아니었고 <top note>라는 시가 낭독 목록에 있는데 “볕이 잘 들지 않는 바닥에/ 유자, 라임, 레몬,/ 오렌지, 자몽, 귤을 쏟고서 주저앉아”라는 싯구가 등장한다.… 더 보기

여러 책을 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 김산하 작가(생명다양성재단의 대표)에게 그가 살아온 궤적이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하는 그림 궤적도 함께 남겨주었다. 어린이들도 참가한 이번 행사(2025.4.13)에, 그들에게 어려운 말인 ‘궤적’을 쉽게 보여주기 위해 종이비행기가 날아가는… 더 보기

-우에다 쇼지 <모래극장>- 우리는 사진을 찍는다. 습관처럼 기록한다. 찰나에 잊히는 사진도 있지만,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보는 사진도 있다. 하루 중 거울보다 더 자주 들여다보는 얼굴. 타인의 얼굴. 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 그걸 애정이라 부를 수… 더 보기

이렇게 시작해보려 한다. 봄은 견디어 와서 견주어 가는 것. 견딤과 견줌 사이의 찰나를 인연이라 한다면, 그 같은 사건은 흩날리는 꽃잎과 머리 내미는 잎사귀의 짧은 악수와 퍽 닮았겠다고. 나는 지금 한산한 골목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의자처럼… 더 보기

정선의 정물화 강연을 계기로 처음 체리암 한옥을 방문했다. 대문을 지나 마당의 기단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아담한 거실이 있고 오른편 미닫이 문을 열고 닫으면서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그 날의 강연에는 정선의 그림들이 한옥 내부의 흰… 더 보기

아이가 강을 건넌다 이쪽에서 비 오고 저쪽에서 구름 걷힌다 빗방울 두꺼워 맞은 뺨 퉁퉁 붓는다 달리기에서부터 흐르기까지 봄 지나 봄 또는 철교 아이가 강을 한 번 더 건넌다 이쪽에서 차 굴러가고 저쪽에서 버스 쓸려 온다… 더 보기

나는 매년 지구의 날이 돌아올 때마다 숨이 턱 막힌다. 우리가 무심히 딛고 있는 이 땅과 우리가 마실 공기를 하염없이 내어주는 하늘을 우리 인간이 얼마나 해쳤길래 <지구의 날>까지 일부러 만들어 아픈 지구를 돌아보는 지경이 되었는가 한탄하게…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