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요약되지 않는 시절


  • 1 안녕하세요. 어느새 겨울을 맞이하고 있어요. 나를 내보이고 싶던 날과 나를 내던지고 싶던 날사이에서 비가 오듯 이파리는 떨어지고 사람들이 마른 낙엽을 즈려밟고 지나가네요.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바삭하면 바삭할수록 즐거워하면서, 멀어져갔어요. 멀어져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나는 삐거덕거리는 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이맘때쯤 거리의 바닥이 내게 들려주는 소리들은 모두 외로움과 쓸쓸함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내가 이 거리를 너무 더 보기

  • 1 어느 겨울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 호수 공원으로 향했어. 물안개를 보고 싶어서. 보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못 볼 게 없다고 생각했어. 이곳에서 저곳까지의 거리는 아무리 멀어도 결국 움직임의 문제니까. 몸이 있어도 마음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지만, 몸이 없어도 마음이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목도리를 하고, 롱패딩을 입고, 핫팩을 두어 개 챙겨서 도착한 호수 더 보기

  • 버드나무가 여름 햇빛으로 자신의 초록을 세상에 꺼내두는 사이 나도 장롱에서 여름옷을 꺼냈습니다. 반팔 몇 개를 몸에 대어 보며 올여름의 나는 작년 여름보다 팔이 조금 길어졌을까, 하는 사이에는 바다에 두 번 다녀왔습니다. 한 번의 바다에서는 지난 시간의 나를 후회했고 다른 한 번의 바다에서는 돌아갈 용기를 가진 사람이 후회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더 보기

  • 시작입니다. 시작은 매번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합니다. 광주에서 나고 자라 20년을 살다가 대학교에 다니기 위해 천안에 처음 올라왔을 때처럼, 텅 빈 방에서 나라는 사람의 허공을 처음 감지했을 때처럼, 사랑은 사람을 살리는 것만이 아니라 죽일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처럼, 얼굴 한 번 본 일이 없는 사람이 내가 쓰는 시가 좋다며 웃으며 말을 걸어올 때처럼. 내게 시작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