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안녕하세요. 어느새 겨울을 맞이하고 있어요. 나를 내보이고 싶던 날과 나를 내던지고 싶던 날사이에서 비가 오듯 이파리는 떨어지고 사람들이 마른 낙엽을 즈려밟고 지나가네요.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바삭하면 바삭할수록 즐거워하면서, 멀어져갔어요. 멀어져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나는 삐거덕거리는… 더 보기

모든 이들은 하나의 풍요로운 세계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그 세계는 그 사람이 경험한 모든 순간과 엮여 있을 테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지 하는매 순간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을… 더 보기

부쩍, 그리고 무척이나 추워졌네. 집으로 가는 길이 유난히 멀다. 잠실대교 밑으로 넓게 뻗은 한강을 지나, 최고속도를 60에서 70으로 상향한 안내판을 지나, 나 역시 조금 더 달려보자는 다짐을 지나, 서울에서 경기로 넘어가는 알 수 없는 지점을… 더 보기

어른이 되면 멋진 연애를 하고 싶었어. 배낭을 메고 떠난 유적지에서 우연히 입을 맞추거나, 흔들리는 케이블카에 단둘이 갇혀 두근대며 잠시 손을 잡는 두사람…… 같은(아무튼, 안경을 벗고 펑! 미인으로 변했다는 설정) 어른이 되면 암이 생길 줄 몰랐어.… 더 보기

실제로 찾아올 먼 미래인지, 단지 환상에 불과한지 구분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있다.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내겐 그랬다. 이 영화의 원작인 만화 작품에 따르면,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고도로 발달한 기계문명이 ‘불의 7일간’이라 불리는 대전쟁으로 망한 지… 더 보기

올 가을엔 가을 냄새를 맡아보지 못한 것 같다. 가을이 온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간만에 얻은 긴 연휴에 올라선 여행길에서 본 꽃과 들녘도 지금이 가을인 건지 아닌지 헷갈리는 모양새였다. 주춤주춤 피어 있는 코스모스도 언제부턴가 한국의 토종… 더 보기

팬을 강조해서 ‘빠’라고 부르듯, 이건 아빠에게 전하는 팬레터 § 오랜만에 김명기 시인의 ‘목수’라는 시를 읽어 본다. 첫 대가리만 때려 보면 단박에 들어갈 놈인지, 굽어져 뽑혀 나올 놈인지 안다는 화자의 말이 여전히 굳건하다. 그 단언이 가슴… 더 보기

성공을 한 사람을 찾으려면 그건 아마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일 거야. 내가 쌓은 모래성을 호시탐탐 노리는 파도가 얼마나 높은데. 그저께는 오묘의 모래성이 무너졌고, 어제는 오묘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오묘는 억울하다고 했다. 모래성이 몽땅 무너진 것도 아닌데……나는 작게… 더 보기

2018년, 군산에서 <안녕하제>란 전시를 한 적이 있다. 하제라는 마을에 관한 전시였다. 군산 미군기지 바로 옆에 위치한 그 마을은 원래 섬이었다. 그러다 일제에 의한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된 항구마을이 되었다. 이후 새만금 방조제가 만들어지며 바다가 막히긴 전까지… 더 보기

1 어느 겨울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 호수 공원으로 향했어. 물안개를 보고 싶어서. 보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못 볼 게 없다고 생각했어. 이곳에서 저곳까지의 거리는 아무리 멀어도 결국 움직임의 문제니까. 몸이 있어도 마음이 없으면 움직일 수…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