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힘사अहिंसा 모든 생명을 해치지 않는다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야생신탁 사유지 1호 땅의 숲을 지키기 위해 손끝에 흙을 물들인 김명숙 화백이 붙인 이름이다. 지난 6월 초, 체리암에선 인간-비인간을 가로지르는 협업으로 이뤄진 전시 <아힘사에 부치는 편지>가 열렸다. 이… 더 보기

처음에는 당연히 꽃을 보여주지요 쌀 안치는 소리를 내면서 피는 꽃들 말이지요 그 꽃들 지고 나면 잎을 보여주고요, 그러면 잎은 그늘을 주지요 그 다음에는 풋살구를 주지요 풋살구를 주고 나서는 아픈 배를 주지요 아픈 배가 다 낫기를… 더 보기

<김옥란, 우리 할머니 이제 편히 쉬세요> *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향년 89세. 조문객들은 길어 보이는 그 세월에도 탄식하고, 슬퍼했다. 한세상 살다 가는 것에 시간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딸이었고, 한 사람의 엄마였으며, 한 사람의 할머니이자,… 더 보기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더 보기

계절산문 [식단표]를 들어가며 날짜는 몸으로 겪고 계절은 마음으로 통과하는 중입니다. 그런 이유로, 새해와 입춘 중 어느 쪽을 시작이라 부르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불 꺼진 거실에 앉아 지난날을 펼쳐봅니다. 쉼 없이 내리던 봄비도 조금씩 잦아들고 있습니다. 용액을… 더 보기

지난 3월, 무척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단일체의 형상을 보았다. 그 미지의 형상은 수탉의 머리, 공작의 목, 인도혹소의 혹, 사자의 허리, 뱀의 꼬리, 코끼리 다리, 사슴 다리, 호랑이 다리, 연꽃을 쥔 사람의 손을 하고 있었다.… 더 보기

먼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곳의 먼 사람이 나를 지켜보고 서 있다. 그런 착각으로부터 나는 며칠간의 체류를 위한 짐을 싸고, 그곳에서 가야 하는 장소들을 찾아보고, 꼭 먹어야 하는 음식 리스트를 정리해 본다. 물론 막상 도착해서는… 더 보기

그는 내 안에 갇혔다 그리고 슬픔은 그의 안에 갇혔다 그는 예전과 달리 여유가 조금 생겼다, 공원의 좁은 나뭇잎들 아래로 천천히 걷다가 사다리로 올라가 하늘을 뜯어버렸다, 구멍을 막아놓은 판자처럼 빗방울 혹은 별과 검은 빛이 쏟아질 테고… 더 보기

벽면에 무언갈 붙이는 걸 좋아한다. 가장 만만한 곳이 냉장고이다. 우리집 냉장고 문짝엔 온갖 것들이 붙어있다. 여행갔을 때 사온 기념품, 가족 사진, 남편이 출장가서 보내준 편지 등. 내 책상 앞 벽, 책상 옆 책장벽도 마찬가지다. 책에서…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