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이 글은 출발이 아닌 도착으로부터 시작된다. 출발하지 않고서는 어떤 곳으로도 도착하지 못하듯, 시작하지 않고서는 무엇도 써낼 수 없으니까. 그러니 내게서 출발한 말들 역시 어딘가에 도착하고 나서야 소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을 끝마치고서야… 더 보기

체리암이 전시를 여는 경로는 다양해서, 팥이 지나가다가 어느 전시를 보고 작가를 마침 만나게 되어 성사되는 경우들도 꽤 있다. 작년에 서촌에 위치한 서간에서 프랑스 작가 Laury Denoyes(로희 드노예)가 그림 전시를 하고 있을 때 만나 반가운 대화가… 더 보기

한 발만 더 디디면 벼랑인데 바로 거기서 뿌리를 내리는 소나무가 있다 자세히 보면 소나무는 늘 바르르 떨고 있는데, 에멜무지 금방 새로 변해 날아가도 아무도 탓하지 않을 아슬함으로 잔뜩 발돋움한 채 바르르 떨고 있는데, 아직도 훌쩍… 더 보기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해지는 향이 있다. 나에겐 오렌지 향이 그렇다. 감귤류 향은 사람들이 두루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냄새에 관한 한 심리 연구에서 감귤류 향기에 노출된 피실험자들은 단순한 검사에도 능동적인 자세로 좋은 점수를 얻었을 뿐만… 더 보기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더 보기

-현장1과 현장 며칠 전 오랜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왔다. 미술관 지하 1층에는 전시《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26. 6. 19. – 10. 11)가 한창이었다. 그곳에서 본 성능경 작가의 작품 <현장1> (1979)은 70년대 신문의 보도사진으로 만들어진 사진 작품이다. 당시 일부 보도사진에는… 더 보기

출근 전 달걀을 깨뜨리며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두 음절 단어는 캡슐처럼 깨뜨릴 수 있을 것만 같다고. 호빵을 찢으면 앙금이 펼쳐지듯 책장을 가르면 이야기가 쏟아질 것만 같다고. 낙차를 견디지 못한 노른자가 햇빛으로 번지는 아침. 그러나 어떤 이야기는… 더 보기

모과木瓜나무, 구름소금 항아리 삽살개 개비름 주인主人은 부재不在 손만이 기다리는 시간時間 흐르는 그늘 그들은 서로 말을 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족家族과 같이 어울려 있다 박용래의 <뜨락> 더 보기

실제로 본 적은 없으나 여차하면 탄생할 것만 같은 생명체들. 괴물이라고 칭해질 것만 같은존재들. 호주의 현대미술가 Patricia Piccinini는 그런 존재들을 조각으로 만들어냈다. 개와 돼지와 사람이 혼종된 듯한 아이, 온몸에 긴 털이 나있고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더 보기

망설임 없이 기다리기 숨과 숨이 모여 숲이 되는 순간을 가만히 귀 기울이기 안녕 으름덩굴이 나무를 감고 올라가 하늘을 열어젖힙니다 환하게 쏟아지는 연자주빛 향기 은사시나무는 가볍게 몸을 떨며 빛을 세공하고 하얀 꽃가루가 천천히 유영합니다 빛의 숨결을…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