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관계대명사의 일기


  • 친구 – 해열과 진열

    부쩍, 그리고 무척이나 추워졌네. 집으로 가는 길이 유난히 멀다. 잠실대교 밑으로 넓게 뻗은 한강을 지나, 최고속도를 60에서 70으로 상향한 안내판을 지나, 나 역시 조금 더 달려보자는 다짐을 지나, 서울에서 경기로 넘어가는 알 수 없는 지점을 지나, 비슷한 느낌으로 한 시절을 지나온 내 얼굴이 창가에 어린다. 지금 눈을 감으면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보기

  • 팬을 강조해서 ‘빠’라고 부르듯, 이건 아빠에게 전하는 팬레터 § 오랜만에 김명기 시인의 ‘목수’라는 시를 읽어 본다. 첫 대가리만 때려 보면 단박에 들어갈 놈인지, 굽어져 뽑혀 나올 놈인지 안다는 화자의 말이 여전히 굳건하다. 그 단언이 가슴 깊숙이 박혔던 2022년 봄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 시를 읽고 처음으로 아빠에 관한 시와 소설을 썼던 기억 역시 선연하다. 아빠도 더 보기

  • 타인 – 사랑채 만들기

    1 마음을 한옥의 구조로 만들고 있는 요즘이다. 갈비뼈처럼 뻗은 서까래와 숲에서 얻은 것들로 덧바른 슬픔의 벽체. 다 좋지만 이 모든 작업은 사랑채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음이 원룸이었던 시절, 타인을 생활에 끌어들이는 일은 내 초라함을 고백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사랑채의 사랑(舍廊)은 집과 마루를 의미할 뿐이지만 한 사람의 마음에 [잘 머물다 가요] 하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