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용기


  • 모든 이들은 하나의 풍요로운 세계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그 세계는 그 사람이 경험한 모든 순간과 엮여 있을 테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지 하는매 순간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을 어떻게 사는지 결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순간이 다음의 시간들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 결정 기준엔 여러가지 키워드들이 있다. 사랑, 우정, 더 보기

  • 실제로 찾아올 먼 미래인지, 단지 환상에 불과한지 구분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있다.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내겐 그랬다. 이 영화의 원작인 만화 작품에 따르면,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고도로 발달한 기계문명이 ‘불의 7일간’이라 불리는 대전쟁으로 망한 지 1000여 년이 지난 시점이다. 영화는 한 소녀가 썩은 바다(부해)라 불리는 숲을 정찰하며 시작된다. 이 숲은 균들이 독을 품은 포자를 뿜어대어 더 보기

  • 2018년, 군산에서 <안녕하제>란 전시를 한 적이 있다. 하제라는 마을에 관한 전시였다. 군산 미군기지 바로 옆에 위치한 그 마을은 원래 섬이었다. 그러다 일제에 의한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된 항구마을이 되었다. 이후 새만금 방조제가 만들어지며 바다가 막히긴 전까지 하제마을의 포구는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그러나 마을과 가까운 곳에 미군기지의 탄약고가 지어졌고, 탄약고가 위험하므로 더 보기

  • 신비로운 안개의 함정

    잠깐 안동에 산 적이 있다. 내가 살던 동네는 안동댐 하류 인근으로, 독립운동가 이상룡의 생가인 임청각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안동에 내려가기 전부터 낙동강과 주변 산세에 반해 있던 나는 매일 아침 산책에 나섰다. 임청각에서 시작해서 낙동강 변을 따라 안동댐을 지나서 쭉 올라가 월영교까지 가서 강을 건넌 후 숲을 왼쪽에 두고 다시 강변을 따라 쭉 내려와 안동댐을 지나 더 보기

  • 몇 해 전 허윤희 작가님이 제주로 이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와 무척 어울린다 생각했다. 숲, 산과 주로 연결되는 인상을 주었던 그녀의 작품 세계가 바다와 연결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기대가 되었다. 허윤희 작가는 산책길에서 만난 나뭇잎 한 장을 그림으로 옮기고 그 아래 짧은 글을 남기는 <나뭇잎 일기> 작업을 무려 십여 년간 지속해왔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자연 속 더 보기

  • 살려고 그래

    급하게 집을 나섰다. 커다란 열기에 숨이 턱- 하고 막힌다. 그렇지만 걸음을 늦출 순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초록 불로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 집 앞 횡단보도 신호등. 발을 동동 구르던 그때. 열차가 역을 떠났다는 안내음 들린다. 망연자실한 마음은 이내 꽉 붙잡고 있던 허리를 놓친다. 자세가 불량해진다. 신호등이 초록 불로 바뀌었지만 동동 구르던 발은 어느새 굼뜬 군함처럼 더 보기

  • 자연을 은둔처로 바라보는 시선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조선 시대 문인화만 보아도 속세를 떠나 자연으로 들어가 학문과 덕을 닦으며 살아가는 은사(隱士)가 종종 등장한다. 사람들은 이들이 세상사에 소극적으로 임한 현실도피자라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자연에 귀의해 은일 사상을 추구하는 은둔자들을 우러러보기도 했다. 한편, 어떤 이는 자연으로 도피했다가 그곳이 진정한 고향임을 깨닫게 되어 그때 얻은 힘을 주춧돌 삼아 다시 사회를 향한 더 보기

  • 지난 달 우연히 녹색연합의 자연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공생>2 퍼포먼스의 참여자를 모집하는 공지를 보게 되었다. 동식물을 소재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여러 사람들이 광장에서 춤으로 보여주는 자연의 권리의 메시지가 어떻게 실현될 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연산호, 산양, 상괭이, 저어새, 흰수마자 퍼포먼스의 준비과정은 우선 5월 초 화상 회의로 시작되었다. 연출을 맡은 안영준 무용가를 더 보기

  • 지구의 날?

    나는 매년 지구의 날이 돌아올 때마다 숨이 턱 막힌다. 우리가 무심히 딛고 있는 이 땅과 우리가 마실 공기를 하염없이 내어주는 하늘을 우리 인간이 얼마나 해쳤길래 <지구의 날>까지 일부러 만들어 아픈 지구를 돌아보는 지경이 되었는가 한탄하게 된다. 이 날만큼은 ‘지구가 어떤 상태에 있나 생각해보자, 다른 때는 영 까먹고 살아도’라고 평소에는 무심하게 살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더 보기

  • 자연스러운 집

    어떤 집이 ‘자연스러운’ 집일까? 자연에 가급적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인간이 살 수 있게 해 둔 집이 자연스러운 집이 아닐까?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게 지은 집, 자연의 에너지를 적절히 활용하는 집(태양열, 태양광 등), 빗물을 모아 씀으로써 수돗물을 덜 쓰는 집, 공기와 물을 덜 더럽히는 집이 자연스러운 집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공화국’ 이라 불릴 정도로 아파트가 널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