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용기


  • 아힘사अहिंसा 모든 생명을 해치지 않는다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야생신탁 사유지 1호 땅의 숲을 지키기 위해 손끝에 흙을 물들인 김명숙 화백이 붙인 이름이다. 지난 6월 초, 체리암에선 인간-비인간을 가로지르는 협업으로 이뤄진 전시 <아힘사에 부치는 편지>가 열렸다. 이 전시의 참여작가는 한 시인과 한 그림작가와 한 땅이었고, 전시의 주인공은 또 다른 땅이었다. 참여작가로 참여한 땅은 생명다양성재단에서 리와일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더 보기

  • 지난 3월, 무척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단일체의 형상을 보았다. 그 미지의 형상은 수탉의 머리, 공작의 목, 인도혹소의 혹, 사자의 허리, 뱀의 꼬리, 코끼리 다리, 사슴 다리, 호랑이 다리, 연꽃을 쥔 사람의 손을 하고 있었다. 그 정체는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나바군자라 Navagunjara라는 전설의 동물이었다.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국립공예박물관의 <엮음과 짜임 Entangled and Woven> 전시에서 보았는데,… 더 보기

  • 벽의 소리들

    벽면에 무언갈 붙이는 걸 좋아한다. 가장 만만한 곳이 냉장고이다. 우리집 냉장고 문짝엔 온갖 것들이 붙어있다. 여행갔을 때 사온 기념품, 가족 사진, 남편이 출장가서 보내준 편지 등. 내 책상 앞 벽, 책상 옆 책장벽도 마찬가지다. 책에서 본 문구들, 인상깊었던 이미지들이 그 공간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벽에 붙이는 것들은 자꾸 보며 익히고 싶거나, 볼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들이… 더 보기

  • 나의 파랑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장 매력을 느끼는 색은 파란색이라고 한다. 한 여론조사에서 4대륙, 10개국 사람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색을 물어봤는데 10개국 모두에서 인종,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파란색을 꼽았다. 동물행동학자인 Ashley Ward는 파란색이 사람들을 차분하게 진정시킨다고 말하며 이 색을 맑은 하늘, 강, 호수, 바다와 같은 자연, 순수함이라는 특성과 연관 지어 생각했다.₁ 나도 파랑을 좋아한다. 내가 손에 꼽을 만큼 좋아하는… 더 보기

  • 올 여름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재즈 피아노이다. 첫 시간에 선생님은 자신이 연주하고 싶은 곡의 악보를 가져오라고 하셨다. 나는 Autumn Leaves를 택했다. 그나마 쉬워 보이는 악보를 찾았지만, 그렇다 해도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고 악보를 건반 위로 옮겨 치는 건 더더욱 서툴렀던 나에겐 절대 쉬울 리 없었다. 나의 뇌와 손은 굳어버린 것인가 하는 마음이 몇 달간… 더 보기

  • 12월의 앞사람

    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앞사람을 본다. 천사 같다는 생각왜 들었을까. 무슨 일 있어? 전화 너머로 네가 물어오는데 대답할 수가 없다. 이유 없이 내 앞사람이 천사 같다는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보세요? 그렇게 되묻는 네 목소리가 아무리 따뜻하다 해도 빙판길 때문에 앞사람이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이다. 훤히 드러난 발목이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그럼에도 물 흐르듯 움직이는 수많은… 더 보기

  • 모든 이들은 하나의 풍요로운 세계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그 세계는 그 사람이 경험한 모든 순간과 엮여 있을 테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지 하는매 순간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을 어떻게 사는지 결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순간이 다음의 시간들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 결정 기준엔 여러가지 키워드들이 있다. 사랑, 우정,… 더 보기

  • 실제로 찾아올 먼 미래인지, 단지 환상에 불과한지 구분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있다.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내겐 그랬다. 이 영화의 원작인 만화 작품에 따르면,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고도로 발달한 기계문명이 ‘불의 7일간’이라 불리는 대전쟁으로 망한 지 1000여 년이 지난 시점이다. 영화는 한 소녀가 썩은 바다(부해)라 불리는 숲을 정찰하며 시작된다. 이 숲은 균들이 독을 품은 포자를 뿜어대어… 더 보기

  • 2018년, 군산에서 <안녕하제>란 전시를 한 적이 있다. 하제라는 마을에 관한 전시였다. 군산 미군기지 바로 옆에 위치한 그 마을은 원래 섬이었다. 그러다 일제에 의한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된 항구마을이 되었다. 이후 새만금 방조제가 만들어지며 바다가 막히긴 전까지 하제마을의 포구는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그러나 마을과 가까운 곳에 미군기지의 탄약고가 지어졌고, 탄약고가 위험하므로…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