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이들은 하나의 풍요로운 세계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그 세계는 그 사람이 경험한 모든 순간과 엮여 있을 테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지 하는매 순간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을 어떻게 사는지 결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순간이 다음의 시간들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 결정 기준엔 여러가지 키워드들이 있다. 사랑, 우정, 더 보기

우리 문화거실의 이름을 두고 무슨 뜻이냐, 과일 체리인지 물어보는 분들이 가끔 계셨다. 최근에는 체리나무가 있던 자리의 한옥이냐고도 물어보셨다. 그래서 아예 전시를 열어 한 번 제대로 설명해야지 싶었다. 사실 체리를 연상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이름을 지었는데 우리의 아담한 계동 한옥이 과일로 치면 귀여운 앵두같은 모습이기도 한 까닭이다. 체리암(滯離庵) 이름 이야기에 이름 탄생 배경에 대해 상세히 적어둔 바가 더 보기

이번 학기 고급한국어 수업은 학생 수가 12명으로 비교적 적어 교실이 아닌 공간에서 수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교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제약에서 벗어나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음식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우연히 체리암과 연이 닿게 되어 이런 사정을 말씀드리니 선뜻 공간을 내어주셔서 나로서도 처음으로 한옥에서 한국어 수업을 하게 되었다. 수업의 주제는 ‘손과 발’이었다. 더 보기

편지쓰기 편지를 쓰고 싶지만 이름도 주소도 모르니까, 나는 그저 이 밤을 편지지처럼 접습니다. 반으로 접힌 밤은 그렇지 않은 밤보다 더욱 깊은 어둠을 가졌듯, 무언갈 접는다는 건 정말이지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라 생각해요. 자국이 남고 되돌아갈 수 없단 사실까지 깨달아버리면,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반으로 접힌 종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가슴팍에 드리운 어둠을 바라볼밖에요. 김해경의 산문집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