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4년 11월 <작가와의 사적인 모임>으로 함께 한 <나를 만드는 바스크 요리> 책과 마하키친 대표로서 사는 인생 이야기 듣는 시간이 저희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되어 종종 그날의 따스함에 대해 얘기하곤 합니다. 그날 아침 일찍 일어나 공들여 만들어주신 ‘봉금의 뜰’ 비건 도시락을 다 함께 즐기며 한 입, 한 입 감사하는 마음을 나눴지요. 모임에 오신 분들이 유난히 마음이 열려계신 분들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책에서 “재료가 우선이고, 이 재료를 어떻게 표현하고 무슨 이야기로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나에게는 동경했던 예술가의 창작과 다르지 않았다.”라고 쓰셨는데 특히 어떤 면에서 그렇게 느끼시는지요?
- 예술은 사물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린아이와 같은 시선에서 보고 해석하고 표현하고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요리를 할 때 저는 자연스럽게 그 과정을 수행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호기심과 몰입, 창작, 소통 안에 순수한 즐거움이 피어난다고 해야할까요? 목적 없는 그 과정이 그저 재미있습니다!
음식의 예술로 부드러운 환경운동을 하시게 된 이유가 식재료가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지요? 농사의 경험과 관련해서 피부에 와닿는 변화들이 어떠셨는지요?
- 요리사로 재료를 찾아 농부님들과 소통하고, 나름 농부로 작물을 기르면서, 기후위기로 농사와 식재료가 위협받는 순간을 정말 자주 보기 때문에 걱정이 말도 못합니다. 극심한 가뭄, 집중호우, 폭설, 요즘은 기후가 점점 더 극단을 치닫고 있어서, 절기에 맞춘 농법을 그대로 따르기도 어렵고, 예전에 없던 많은 위기 상황에 때마다 대처해야 합니다. 작년에는 이상 고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수확기까지 진딧물이 가득한 배추를 수확하면서 배추잎을 하염없이 뜯으며 제일 크게 느꼈습니다.
참으로 겁나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Wonder Cabinet의 chef-in-residence로 팔레스타인에 다녀오셨던데 원더캐비넷은 어떤 곳이며 어떤 인연으로 가게 되신 건지요?
- 원더 캐비닛은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의 비영리 문화기관입니다. 건축, 다원 예술, 라디오 방송, 아티스트 레지던시, 미식, 클러빙, 영화, 학술행사 등 장르와 형식을 불문하고 팔레스타인 내외의 창작활동과 교류, 혁신을 지원하고 촉발하려는 목적으로 2023년 이곳 출신의 형제 건축가 Elias와 Yousef Anastas 가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 저희 화도읍 기후미식연구회의 성은경 선생님의 소개로 공정무역 커피를 함께 사서 소분하여 소비하는 용기 커피 문화를 시작했고, 그 인연으로 아름다운 커피 한수정 대표님을 통해 셰프 레지던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작가님은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 레지던시에서 2주 동안 열흘은 열심히 밥을 했고요, 하루는 한국의 발효 음식 워크숍(김치 만들기, 전통장과 활용요리 시식)을 했습니다. 아트센터 안의 라디오방송국에서 인터뷰도 하고, 한국 영화(이소현 감독님의 ‘장기자랑’) 상영도 했어요.
현지 경험을 해보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생이 현실에서 어느 정도인지 조금 알 수 있으셨나요?
- 네, 정말 밖에서 상상했던 것과 실제로 잠시나마 같은 상황에서 사는 것은 달랐습니다. 이해와 체감은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제가 갔던 곳은 바로 오늘까지 6개월간 3만명 이상의 사람들(이중 어린이가 1만 3천명 이상)이 희생된 가자지구가 아닌 서안지구라 상황이 낫긴 합니다. 그럼에도 매일 밤 집 근처까지 이스라엘 군인이 돌아다니며 가스폭탄을 던져, 따가운 코를 잡고 집에 뛰어들어와야 하고, 뒷산을 산책하다가 보이지않는 전투기의 굉음 아래 두려움에 떨어야 하고, 어제까지만 해도 지나갈 수 있었던 길이 8미터의 돌벽에 막혀 다시는 갈 수 없어지는 상황이 일상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두렵고 부당한 상황을, 정신줄 놓지 않고 세대를 이어 70년 이상 살아올 수 있는건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존경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음식문화 관련 마음 고생은 자기네 고유 음식을 이스라엘이 자기네 전통음식이라고 주장, 도용하고 있다(cultural appropriation)는 점인데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이 주제로 그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나요?
- 이 주제로 팔레스타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후무스나 팔라펠, 삭슈카 같이 현재 이스라엘 음식으로 알려진 많은 음식들이 팔레스타인이나 다른 아랍 문명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후무스를 발음할 때 정말 이상하다며 농담하는 것을 들은 적은 있습니다.
발음 한 번 들어봐야겠어요! 전쟁으로 인해 식재료 수급이 힘든 상황이 어느 정도 극복이 되었나요?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의 올리브나무들을 죽이는 영상을 많이 봤는데 올리브와 올리브유 수급도 많이 힘들지 않나요?
- 가자 지구는 식량 수급이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2023년에 시작된 전쟁 이전에는 100% 자급이 가능했던 가자 지구 내의 70% 이상의 농경지가 파괴되어 인구의 90% 이상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지어 물 공급도 제한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이스라엘 군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정착촌의 민간인까지 팔레스타인의 농지에 침입해서 농작물과 땅을 파괴합니다. 올리브 나무 경작지 또한 가자지구에서는 전체 면적의 74%가 파괴되어 200만 그루 넘게 죽었습니다.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이 올리브 밭을 자주 침략해서 파괴하고 화학물질과 쓰레기를 버립니다. 점점 더 많은 팔레스타인의 농부들이 자기 땅에 조차 접근할 수 없게 만들어서 아예 수확을 못하고 올리브유를 만들 수 없게 되고 있습니다. 올리브유 생산량도 당연히 매해 줄고 있고, 가격도 비싸지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그들의 한국 요리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어땠나요? 비건에 대한 관심은 어떤가요?
- 한국 대중 문화에 대한 관심이 요리에까지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김치, 라면, 떡볶이,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을 이미 알고 계셨고, 맛보고 싶어하셨습니다. 일본 라멘과 한국의 라면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셔서, 저보고 자꾸 라멘을 팝업 메뉴로 만들라고 해서 곤란하기도 했는데, 라면의 역사를 설명해 드리니 더이상 요청하지 않으셨습니다. 서안지구는 유목민의 전통이 있어서 그런지, 비건에 대한 관심은 한국보다 적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팔레스타인 식문화 중에 소미푸드(Somi food)라는 채식 전통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마하키친의 올해 새로운 계획이 있으신가요?
- 신성하 대표님의 음식 명상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너무나 유익하고 즐거워서 많은 분들이 경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 5월에는 일본의 아와지시마라는 섬에서 셰프 레지던시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 팔레스타인을 다녀온 후, 전쟁과 음식,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팔레스타인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도 커졌고요. 5월에 팔레스타인에서 어렵게 공정무역 생산자 분들이 내한하시는데, 그 때 저희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 마하동산도 더 다양하게, 잘 가꾸고 싶어요. 작년에 만든 퇴빗간의 거름을 활용하여 밭작물도 더 많이 기를 예정입니다. 나무와 허브, 꽃들도 더 잘 가꾸고, 더 심고요.
마지막으로 생태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시를 한 편 소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화산 아래, 눈 더미 옆, 거대한 호수 사이, 향기롭고 조용하며 뒤엉킨 칠레의 숲… 발은 죽은 잎사귀 속으로 가라앉고, 부서지기 쉬운 가지가 딱딱거리고, 거대한 떡갈나무가 구불구불불 서있고, 차가운 숲에서 온 새가 건너가고, 펄럭이며, 어두운 가지 사이에 멈춰 선다. 그리고 숨겨진 곳에서 오보에 같은 소리가 들린다… 월계수의 거친 향기, 관목의의 어두운 향기가 내 코로 들어와 내 영혼에 닿는다…
과이테카스(칠레의 지명) 사이프러스가 내 길을 가로막는다… 그것은 수직 세계다: 새들의 나라, 수많은 잎사귀… 나는 돌에 걸려 넘어지고, 발견한 구멍을 파고 들어간다. 거대한 붉은 털 거미가 게만큼 큰 움직이지 않는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황금 올빼미가 나에게 독기를 내뿜고, 그 빛나는 무지개는 번개가 번쩍이듯이 사라진다… 나는 나보다 훨씬 키가 큰 양치류 숲을 건넌다: 그들의 차가운 녹색 눈에서 60개의 눈물이 내 얼굴에 떨어지고, 내 뒤에서 그들의 부채가 오랫동안 떨린다…
썩은 줄기: 얼마나 보물인가!… 검고 푸른 버섯들이 귀를 주었고, 붉은 기생 식물들이 루비를 뿌려 주었고, 다른 게으른 식물들이 수염을 빌려 주었고, 뱀이 썩은 내장에서 재빠르게 튀어나왔다. 마치 죽은 줄기의 영혼이 탈출한 듯, 마치 발산처럼… 더 멀리, 나무들은 각자 다른 나무들과 떨어져 있었다… 그들은 비밀스러운 정글의 카펫 위로 솟아올랐고, 선형, 곱슬, 가지가 나 있고, 긴 창자 모양의 잎 하나하나가 무한한 움직임으로 가위로 자른 것처럼 다른 모양새를를 가지고 있었다…
협곡: 아래에서는 투명한 물이 화강암과 벽옥 위로 미끄러져 흐른다… 레몬처럼 순수한 나비가 물과 빛 사이를 춤추며 날아다닙니다… 내 옆에는 무한한 주머니 꽃이 작은 노란 머리로 나를 맞이합니다… 마법의 정글의 동맥 물방울처럼 높은 곳에서는 붉은 코피휴(칠레의 국화로 독립을 상징/Lapageria rosea)가 흔들린다… 붉은 코피휴는 피의 꽃이고, 하얀 코피휴는 눈의 꽃이다…
떨리는 나뭇잎 속에서 여우의 속도가 고요함을 꿰뚫었지만, 고요함은 이 나뭇잎들의 법칙이다… 혼란스러운 동물의 먼 울부짖음에 불과하다… 숨겨진 새의 꿰뚫는 교차점에… 폭풍이 지상의 모든 음악을 움직이기 전까지 식물의 우주는 간신히 속삭인다.
칠레 숲을 모르는 사람은 이 지구를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땅에서, 그 진흙에서, 그 고요함에서 나는 걸어나와 세상을 위해 노래한다.
파블로 네루다, <칠레의 숲>
“내가 살아온 길을 고백하다” 파블로 네루다의 기억(1974년 출판)
스페인어 원문:
“El bosque chileno”
… Bajo los volcanes, junto a los ventisqueros, entre los grandes lagos, el fragante, el silencioso, el enmarañado bosque chileno… Se hunden los pies en el follaje muerto, crepitó una rama quebradiza, los gigantescos raulíes levantan su encrespada estatura, un pájaro de la selva fría cruza, aletea, se detiene entre los sombríos ramajes. Y luego desde su escondite suena como un oboe… Me entra por las narices hasta el alma el aroma salvaje del laurel, el aroma oscuro del boldo…
El ciprés de las Guaitecas intercepta mi paso… Es un mundo vertical: una nación de pájaros, una muchedumbre de hojas… Tropiezo en una piedra, escarbo la cavidad descubierta, una inmensa araña de cabellera roja me mira con ojos fijos, inmóvil, grande como un cangrejo… Un cárabo dorado me lanza su emanación mefítica, mientras desaparece como un relámpago su radiante arco iris… Al pasar cruzo un bosque de helechos mucho más alto que mi persona: se me dejan caer en la cara sesenta lágrimas desde sus verdes ojos fríos, y detrás de mí quedan por mucho tiempo temblando sus abanicos…
Un tronco podrido: qué tesoro!… Hongos negros y azules le han dado orejas, rojas plantas parásitas lo han colmado de rubíes, otras plantas perezosas le han prestado sus barbas y brota, veloz, una culebra desde sus entrañas podridas, como una emanación, como que al tronco muerto se le escapara el alma… Más lejos cada árbol se separó de sus semejantes… Se yerguen sobre la alfombra de la selva secreta, y cada uno de los follajes, lineal, encrespado, ramoso, lanceolado, tiene un estilo diferente, como cortado por una tijera de movimientos infinitos…
Una barranca: abajo el agua transparente se desliza sobre el granito y el jaspe… Vuela una mariposa pura como un limón, danzando entre el agua y la luz… A mi lado me saludan con sus cabecitas amarillas las infinitas calceolarias… En la altura, como gotas arteriales de la selva mágica se cimbran los copihues rojos (Lapageria rosea)… El copihue rojo es la flor de la sangre, el copihue blanco es la flor de la nieve…
En un temblor de hojas atravesó el silencio la velocidad de un zorro, pero el silencio es la ley de estos follajes… Apenas el grito lejano de un animal confuso… La intersección penetrante de un pájaro escondido… El universo vegetal susurra apenas hasta que una tempestad ponga en acción toda la música terrestre.
Quién no conoce el bosque chileno, no conoce este planeta. De aquellas tierras, de aquel barro, de aquel silencio, he salido yo a andar, a cantar por el mundo.
Fuente: Neruda, P. 1974. Confieso que he vivido: memorias [de] Pablo Neruda. Losa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