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체리암 소개

체리암의 정신과 마음에는 풍류, 용기, 그리고 나눔이 중심에 있다.

우리 체리지기들의 신혼집이었던 계동집은 친구들이 놀러올 때마다 감탄하던 북촌 한옥마을의 풍경을 굽어보는 자리에 올라 앉아있다. 이러한 흔치 않은 위치의 풍경, 한옥생활의 정취, 그리고 작은 마당을 바라보며 툇마루에 앉아 즐기는 여유를 누군가와 함께 누리고 싶었다. 우리 둘만, 우리 가족과 친구만 이 신선놀음을 하기 아깝다는 생각이 언제부터인가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보았다. 우리의 거실을 때때로 뜻이 맞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내주며 좋은 일, 의미있고 재밌는 일들을 도모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점점 환경문제에 더욱 예민해졌는데 이러한 얘기도 진지하게 나눠보는 자리를 마련하고 환경운동가들을 아낌없이 응원하는 시간도 갖고 싶다. 그래서 체리암에서 쓰는 ‘용기’라는 말은 소중한 자연환경을 지켜내는 용기를 가리키며 우리 모두 환경을 신경쓰며 살자는 상징적인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중의적으로는 식당이나 카페에 용기를 들고 가서 “용기를 내어” 음식 남기지 않기/음료를 텀블러에 담기 등을 실천하자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체리암은 현대인의 쓰레기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며 우리 문화거실을 ‘쓰레기 되가져가기 공간’으로 운영한다. 더 이상 환경이슈 다루는 일은 누구의 ‘취향’이 아니다.

그런데 삶에 있어 무엇이든지 즐거워야 더욱 잘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풍류, 특히 우리 한옥에 어울리는 풍류를 핵심 즐길 거리로 여긴다. 우리집에서 바라보는 훌륭한 풍경을 체리암을 방문한 이와 나누는 순간부터 풍류는 시작된다. 삶의 멋을 잘 아는 것, 제대로 즐기는 것이 온전한 삶의 큰 축을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체리암은 시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시인들이 드나드는 곳을 꿈꾼다. 그리하여 문학적인 풍류 중에서는 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장인정신을 높이 사기에 공예 전시도 가끔 연다. 손으로 느릿느릿 그린 그림이나 글씨도 환영이다. 한글 사랑도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요즘은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어 생활의 멋을 아는 자가 참으로 많으나, 아름다움과 멋만 추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 중요한 가치를 얹어야만 그 멋도 한 층 더 살아나는데 이는 언제나 남들과 함께 나누면서 값지게 된다고 믿는다. 여기에 당연히 먹을 거리와 마실 거리도 빠지면 안되는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채식의 기쁨과 우리술을 가끔 소개한다. 체리지기들도 체리암을 통해 나눔의 삶을 실천해보는 현재진행형 실험을 하고 있다.

이 나눔의 방식은 다양한데 체리암의 핵심 활동은 우리의 공간을 이용한 후원이다. 문화예술/환경운동 분야에서 체리암과 결이 맞는 분들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장소를 제공하며 돕고자 한다. 체리암 자체는 비영리 공간으로 운영하지만 초청된 예술가/공예가는 영리활동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메세나’를 기업의 후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원뜻은 개인/가문의 후원이다. 로마시대 마이케나스의 시인 후원이 그 원류이다. 개인이 힘이 닿는 한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실천하고 싶다. 체리암을 열고 느낀 것은 규모가 작아도 얼마든지 큰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체리암을 열며 문화거실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우리의 거실이 잠시 문화공간으로 쓰인다면 문화거실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한국사람이 한옥에 둘러앉아 있다보면 절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게 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바로 사랑방 이야기 공간인 것이다.

체리암 이름 이야기

체리지기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