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체리암 초청전시로 2024년 12월에 <연주>를 선보이셨고, 전시 제목에 대해 작가님이 다음과 같이 멋지게 설명하셨지요.
체리암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와 자수 작업을 시작할 때의 생각을 바탕으로 ‘연주’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連住와 然宙는 독음은 같지만 서로 다른 한자를 써서 ‘연결되어 잠시 머물다’ ‘자연이 머무는 집’ 두 가지의 의미를 담았다. 전통가옥을 개조하여 탄생한 공간과 현대와 전통의 재료와 기법을 혼용하여 작업하는 작업자는 서로 닮아있고 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자연이 함께 하는 삶을 지향한다. 이렇게 서로가 연결됨을 표현하고 전시를 찾아오시는 분들과도 이어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연주’라고 전시 제목을 정했다.
그리고 전시 포스터도 실땀으로 만든 둥근 원 속에 수많은 관계들이 조화롭게 얽혀있는 형상으로 한지에 자수하듯이 정성드레 만드셨는데 ‘연결’과 ‘자연’이 핵심 주제로 보입니다. 만물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으면 더욱 자연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멸종위기 동물을 주로 수 놓으시는지요?
- 작업을 할 때 대상에 대한 안타까움은 당연히 가지고 있지만 그 감정을 표현하고자 시작한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문화공간 숨도에서부터 시작된 자연과 인간 문화, 특히 예술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이어오다가 우연히 자수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인간의 작업 방식으로 사라져가는 생명들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제 안에서 어떤 연결점을 만들어 가는 느낌이 들어, 이러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이라는 소재가 주는 따뜻함과 작은 점과 점을 이어나가 선을 만들고, 그 선들이 모여서 하나의 형상을 이루어 나가는 작업이라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엄청난 시간을 들여야 겨우 한 점이 만들어지는, 요령이 전혀 통하지 않는 작업 방식이라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작업 하나가 끝나면 손 끝이 굳은살로 뭉뚝해지고 아리기는 하지만요.
서울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동물들이 눈과 털 묘사가 생생해서 살아서 튀어 나올 것 같은 효과를 주네요. 작품 ‘나의 살던 고향은’ 중 호랑이, 늑대의 슬픈 이야기들을 들려주세요. 작품 창작은 어떻게 영감을 받으신 건가요?
- ‘나의 살던 고향은’은 우습게도 마블 영화를 보다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제는 좀 지루하게 느껴지는 시간여행과 다차원 세계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제가 살고 있는 서울에는 언제부터 인간이 살았었나 하는 궁금증이 들었어요. 그래서 조선개국때 이뤄졌던 한양천도와 그 이전의 시대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고 많지 않는 정보 속에서 인간 이전의 서울의 생태계에 대해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남산과 인왕산 등의 서울 안의 높고 낮은 산들과 청계천을 터전으로 살았을 동물 중 완전히 멸종된 동물들은 무엇이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 사료들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동물의 생태적인 특징들을 알아보고 인간이 없었다면 그들이 계속 살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를 찾아가 사진을 찍어 광목위에 흑백으로 프린트 한 뒤에 그 위에 수를 놓았습니다.
- 작업의 주인공들은 모두 인간의 농경생활과 생활반경의 확장으로 인해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일제 식민지 시대에 조선 총독부에 의해 실시된 ‘해수구제정책’을 통해 두루미 이외의 주인공들은 모두 한반도에서 멸종되었습니다. 이는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정신적으로는 조선인들의 정기를 끊고 경제적으로 값비싼 모피를 얻기 위한 대학살이었습니다. 이 중에 한국 늑대의 경우에는 조선왕조 실록에 의하면 인간과의 접촉은 1건 정도만 보고될 정도로 인간사회와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었습니다. 한 때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재난 중 하나였던 ‘호환(虎患)’의 경우에도 본래 서식지였던 얕은 물가인 청계천과 한강 일대를 인간에게 빼앗겨 산으로 밀려 들어간 호랑이로 일어난 ‘인재’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표범의 먹이부족 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재 도로 건설과 농경지 확장 등으로 발생하는 서식지 파편화로 인가로 내려오는 고라니와 멧돼지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피해 원인을 제공하는 우리 인간들을 아직도 동물들만을 탓하고 그들을 유해동물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꽃 자수와 동물 자수는 크게 차이가 있나요? 동물의 눈 묘사는 어떻게 하시는지 신기해요. 인간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기분 들어요.(감정이입이 되네요!)
- 아무래도 역동성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식물과 동물은 표현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다릅니다. 식물은 줄기나 잎에 일정한 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 부분이 일관되게 표현하는데 집중을 하고 동물은 조금 더 전체의 형태가 해부학적으로 자연스러운지, 그리고 빛의 유무에 따른 털의 색 변화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고민하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 제 작업에서 눈의 묘사는 항상 제일 신경써서 마무리하는 부분입니다. 자연에서의 동물 눈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 없기에, 너무 만화적이거나 공허해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좀 부정적인 감정도 나타내는 작업도 해보고 싶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할 눈만 클로즈업해서 표현하는 방식의 작업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 덧붙이자면 저는 자연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느낌은 낯섬 내지 두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전 처음 외우주의 무엇가를 만나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봅니다. 감정이란 어떤 관계가 만들어졌을때 비로소 피어나는 것이고 현재 많은 사람들은 자연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관계가 시작되었을 때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첫 번째 감정은 사랑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해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것을 매번 배신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계는 인간을 품어가려 온 힘을 다하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다지도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 아직도 문명을 이어가고 있는 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만약 어떤 것이 느껴지셨다면 그것은 연민과 측은함과 닿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인간이 한심한 것은 완벽하게 맞습니다.
동물 자수 작업의 과정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가장 사랑하는 동물과 그 이유? 수를 놓기 특히 좋은 동물이 있나요?
- 동물 작업은 쓰일 실의 색 선정 과정부터 난항을 겪습니다. 특히 단색으로 보이는 동물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적어도 4~5개의 색이 섞여 있어서 색 선정 과정이 더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모든 동물 작업에는 보통 15색 이상의 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단색보다는 무늬가 확실한 동물이 의외로 작업하기는 더 수월합니다. 작업 도중에 고민할 지점이 확실히 적게 느껴집니다. 최근 작업했던 호랑이 초상이 줄무늬가 이어지고 색의 대비가 강해서 작업량 대비 표현이 좋게 나왔었습니다. 작업 초반에는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와서 마음이 좋았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고양이입니다. 가장 같이 오래 살았던 동물이어서 그 익살스러움과 귀여움, 사랑스러운 아름다움을 많이 알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특히 그 눈을 사랑합니다. 우주를 보고 싶을때 고양이의 눈을 바라보라던 헤밍웨이의 말에 100% 동감합니다. 아직은 실력이 모자라서 시작을 못하고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제 떠나간 반려묘인 가루의 초상화을 수 놓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인들의 떠난 동물 가족들의 모습도 작업해서 선물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언젠가 난희의 사진을 요청드릴 테니 하나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사진은 다 얼굴이 흐릿하네요. 거의 10년이 다 되도록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계획이지만 꼭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아! 정말 고맙습니다. 난희는 체리암이 계동집이던 시절에 가끔 와서 계동생활을 엄청 즐기던 강아지 어르신이었죠. (몸집이 하도 작아 언제나 다들 애기인 줄 아니까요 ㅎㅎ)
한옥에서 자수 전시를 하니까 많이들 아주 잘 어울린다고 좋아하셨어요. 앞으로 체리암에서 워크샵을 하셔도 좋은데 이번에는 딱 1회의 맛보기식 교실만 있었어요. 그날 분위기는 정말 훈훈했답니다. 그런데 자수 수업은 대체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하기 힘든가요? 자수는 기본적으로 수련하는 마음으로 혼자 하는 게 어울리나요? 그래도 다른 분들과 자수를 통해 ‘연결’을 더 자주 해주세요!
- 작업을 하면서는 못 느꼈는데 들어가는 시간에 비해 결과물이 작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작품활동을 할 때 사용하는 수법보다는 조금 가볍게 면을 금방 채울 수 있는 기법과 도안으로 진행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같은 크기일 경우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시간과 공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처음 접해보는 분들에게는 최소 두 시간 정도는 시간을 들여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혼자하는 작업과 같이 하는 작업은 각자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혼자 하는 작업은 그동안 익숙하게 느끼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서 ‘실과 바늘과 나’ 사이에 다른 속도의 시공간으로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가령 오전 열시에 작업을 시작해서 잠깐 쉬어볼까 생각하고 시계를 보면 오후 3시가 되어 있는 일도 종종 있는데 그럴때는 이상하게 배도 고프지 않고 목도 마르지 않습니다. 그런 의도로 작업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질문해주신 것 처럼 저도 모르게 수련 내지 수행의 영역에 근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건 아마 자수 뿐만이 아니라 목공, 뜨개, 직조, 매듭 등등의 공예 활동을 하는 모든 분들이 경험하고 있는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몸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바른 자세와 적당한 속도로 해나가면 혼자하는 공예활동은 내면을 더 단단하고 평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결과물을 빨리 내고 싶어하는 조급함은 항상 경계하면서 멀리해야 하지만요. 이 부분이 항상 제일 어렵습니다.
- 함께하는 자수에 대한 즐거움은 최근에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때에는 조금 귀엽거나 실생활에서 가까이 두고 만질 수 있는 대상에 수를 놓게 되는데, 모여서 바느질을 한다는 그 자체로 만들어지는 따뜻함과 귀여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만들어지는 서로 다른 형상들과 중간중간 나누는 대화들, 그리고 나온 결과물들을 공유하면서 느껴지는 어떤 연결감이 좋습니다. 저는 평생 무언가를 혼자 독학하는 게 익숙한 사람인지라 누군가에게 제가 가진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좀 뚝딱거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아직 수업이나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져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는 종종 사람들과 모여서 양말을 고치거나 오래된 옷에 귀여운 자수를 놓는 모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전혀 뚝딱대지 않으셨는데, 하하.
그런데 ‘자수하는 남자’라서 더 주목 받으시나요? 요새는 그런 구분도 별로 없지만 이런 코멘트를 많이 들으시는지요?
- 글쎄요…평소 자수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조금 흥미를 가져 주시는 것 같지만 아직까지 크게 주목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저도 작업 초반에는 그런 성별이 가지는 특이성이 이슈화 되기를 내심 기대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저라는 사람의 내면의 특이성이 작업을 통해 사회에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무엇인가에 대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주목받기를 원합니다.
작가님은 채식을 즐기고 비건 티라미수를 잘 만든다는 소문이 있던데요.(요리도 잘 하시는 작가님!) 우리 체리암은 채식을 홍보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데 다른 곳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하는 비건인이 여기서는 오히려 대우받는 느낌 받았으면 해요. 이와 관련하여 혹시 제안할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세요?
- 요리는 군대를 제대하고 우연히 친구 소개를 통해서 구하게 된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레시피를 보고 요리를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된 경험이었어요. 그 뒤로도 주말에 케이터링 업체에서 재료를 준비하고 즉석에서 조리하는 파트를 꽤 오랫동안 했습니다. 한 때의 생계수단이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지금도 칼이 닿는 오른쪽 검지 아랫부분에 굳은살이 남아 있습니다. 채식 요리는 제가 문화공간 숨도라는 곳의 1층 카페를 맡아서 운영할 때 스탭 중 한 명이 페스코였고 그 때 스탭밀을 만들어 주다가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훨씬 까다롭고 정성을 많이 쏟아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는게 약간 도전처럼 느껴지고 퍼즐을 푸는 기분이 들어 재밌게 다가왔습니다. 지금은 시셰퍼드코리아 수중 정화 활동의 해상지원을 하면서 비건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 연인인 김희라 작가도 비건이고 이제 주변에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 그들에게 음식을 해주고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느껴지는 만족감이 커서 계속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체리암은 작지만 밀도 있고 기능성을 고루 갖춘 아름다운 주방이 있기 때문에 소규모의 비건 다이닝 모임을 가지면 어떨까 싶습니다. 메인 요리 1개 + 포틀럭으로 진행해도 좋구요. 날씨가 좋으면 주말 오후에 마당에서 작은 숯불화로에 야채와 감자를 구워먹으며 맥주나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이벤트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야채구이를 파는 가게가 거의 없어서 이부분에 대한 개인적인 목마름이 있어서요. 비건 소스 레시피 공유도 재밌을것 같습니다. 소스를 만들어와서 야채 스틱이나 또띠아칩에 찍어 먹으면서 요리나 소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요리 모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좋아요. 저도 제안하신 것처럼 요리한 음식 가져와 함께 먹는 날을 가끔 해보고 싶다는 생각 했어요. 구운 야채에 집중하는 날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그리고 요리를 하시게 된 이야기 재밌네요. 하여간 못하시는 게 없어 보이는 작가님이십니다.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활동하시나요? 워낙 다양한 활동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 사실 저는 매년 큰 계획을 짜면서 지내는 편은 아닙니다. 올해 어디서 일하고 여유가 되면 다른 일을 지원해서 병행하자 정도 굵직한 계획만 잡아놓고 지내면서 하나하나 정해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생명다양성재단에서 일하면서 예술인 복지재단의 예술인 파견사업에 지원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개인 작업은 추상적이거나 기하학적인 작업과 한지를 더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생활적로는 작업을 오래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인데 작년에 좀 기량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서 근력 위주의 체력 강화에도 좀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읽기를 미루고 미뤄서 집과 작업실에 잔뜩 쌓여있는 책들을 머릿속에 쑤셔 넣고 처분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매년 실패하지만 매년 도전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생태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시를 한 편 소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온 몸에 눈이 달린 나무는 즐겁다
하늘에서 땅속까지 얼마든지 다 보며
호동그란 초록눈 쌍거풀로 열어 놓고
천 리 만 리 속속들이 별나라까지
홀로 서서 온몸으로 이 세상 다 보는
나무는 눈이 많아 거짓말도 안 한다.
이제야 알겠다. 만리를 앉아 보는
노자(老子)께서도 한 그루 푸른 나무였음을.
눈감고 수만 리 헛걸음 거두셨던
노자의 마음은 눈투성이 나무였다.
천 개의 눈으로 천 리를 보고
만 개의 눈으로 만 가지를 헤아리는
나무는 세상 가득 팔 다리 펼치어
아래로만 걷고 하늘로만 자란다.<걷는 나무>, 마종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