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나 많은 첨단의 노래만을 불러왔다
나는 정지의 미에 너무나 등한하였다
나무여 영혼이여
가벼운 참새같이 나는 잠시 너의
흉하지 않은 가지 위에 피곤한 몸을 앉힌다
성장(成長)은 소크라테스 이후의 모든 현인들이 하여온 일
정리(整理)는
전란에 시달린 20세기 시인들이 하여놓은 일
그래도 나무는 자라고 있다 영혼은
그리고 교훈은 명령은
나는
아직도 명령의 과잉을 용서할 수 없는 시대이지만
이 시대는 아직도 명령의 과잉을 요구하는 밤이다
나는 그러한 밤에는 부엉이의 노래를 부를 줄도 안다
지지한 노래를
더러운 노래를 생기 없는 노래를
아아 하나의 명령을
김수영의 <서시>, 1957

자아성찰의 시로 알려진 이 시를 읽고, 나무, 영혼, 교훈, 명령을 새해 1월에 내 마음에 새길 단어들로 정했다. 부엉이의 노래가 사람들의 큰 공감을 얻을 교훈과 이 시대에 필요한 명령을 담아내고, 우리의 영혼을 달랠 수 있다면… 나뭇가지 위에 앉아 쉬는 부엉이가 부르는 곡조가 우리가 섬기는 명령이 될 수 있다면, 나무는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김수영의 시대상은 지금과 너무나 다르지만 어떤 대상에 대해 고민하는 강도는 우리도 비슷할 수 있다. 특히, 나는 정지의 미에 등한하였다는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새 소식에 압도되며, 제발 제자리에서 숨고르기를 할 수 있게 세상이 덜 빠르게 움직이길 바랄 따름이다. 물론 비현실적인 바람이다. 그러나 누구나 시를 읽으며 숨을 쉬는 시간을 가질 수는 있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린 김수영의 <서시>로 올해의 ㅊㄹㅇ시선을 시작한다. 2026년의 詩選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생명체인 나무가 등장하는 시들로 골라 소개한다.
참고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4247
https://brunch.co.kr/@59c391d183a94fb/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