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배고픈 밤엔 미역국을 끓여요 혼자 먹기 아까우니 친구를 불러요 친구가 올 때까지 무얼 할까요? 제 경우엔 ― 친구를 기다려요 차가 막힐 거예요 마음에 드는 옷 없을 거예요 더운 물이 나오지 않을 거예요 몰라요 배가… 더 보기

1 마음을 한옥의 구조로 만들고 있는 요즘이다. 갈비뼈처럼 뻗은 서까래와 숲에서 얻은 것들로 덧바른 슬픔의 벽체. 다 좋지만 이 모든 작업은 사랑채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음이 원룸이었던 시절, 타인을 생활에 끌어들이는… 더 보기

잠깐 안동에 산 적이 있다. 내가 살던 동네는 안동댐 하류 인근으로, 독립운동가 이상룡의 생가인 임청각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안동에 내려가기 전부터 낙동강과 주변 산세에 반해 있던 나는 매일 아침 산책에 나섰다. 임청각에서 시작해서 낙동강 변을… 더 보기

오래된 식당에서 나왔을 땐 일곱 시 정도 몇 분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다만 개망초 흰 꽃잎이 난분분한 저녁 하늘을 올려다보면 대충 반으로 나눠 먹던 호빵처럼 두 쪽으로 찢어진 구름 사이에 어둠이 들어차는 중이고 나는 알게 모르게좋아지는… 더 보기

팥-구름 1인 ㅊㄹㅇ편집부를 담당. 체리암에서 펼쳐진 행사들 관련 전반 글과 환경문제를 고민하는 <용기를 냅시다!>, 채식에 관한 <돼지보다 돼지감자> 꼭지를 맡고 있다. 한글을 사랑하며 아름다운 우리말 단어 발굴이 취미이다. 미술계 번역일을 오래 해왔으며 그 바탕으로 이제는… 더 보기

버드나무가 여름 햇빛으로 자신의 초록을 세상에 꺼내두는 사이 나도 장롱에서 여름옷을 꺼냈습니다. 반팔 몇 개를 몸에 대어 보며 올여름의 나는 작년 여름보다 팔이 조금 길어졌을까, 하는 사이에는 바다에 두 번 다녀왔습니다. 한 번의 바다에서는 지난… 더 보기

몇 해 전 허윤희 작가님이 제주로 이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와 무척 어울린다 생각했다. 숲, 산과 주로 연결되는 인상을 주었던 그녀의 작품 세계가 바다와 연결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기대가 되었다. 허윤희 작가는 산책길에서 만난 나뭇잎 한… 더 보기

급하게 집을 나섰다. 커다란 열기에 숨이 턱- 하고 막힌다. 그렇지만 걸음을 늦출 순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초록 불로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 집 앞 횡단보도 신호등. 발을 동동 구르던 그때. 열차가 역을 떠났다는 안내음 들린다.… 더 보기

우리 문화거실의 이름을 두고 무슨 뜻이냐, 과일 체리인지 물어보는 분들이 가끔 계셨다. 최근에는 체리나무가 있던 자리의 한옥이냐고도 물어보셨다. 그래서 아예 전시를 열어 한 번 제대로 설명해야지 싶었다. 사실 체리를 연상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이름을 지었는데 우리의… 더 보기

작년말에 팥이 강원도 원주의 그루터기를 방문, 부녀가 전시하는 <부엌전>을 보고난 후 그림작가 김지애를 만났다. 우선 그 따스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루터기라는 장소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전시작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나무를 깎는 아버지 김진성 작가의 정감어린 소반, 쟁반,…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