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반투명

오월이면 초록은
여름이 오는 길을 닦고
바람을 따라 흔들린다
주저 없이

새들은 봄을 내려놓고
밤 없는 여름을 향해 날아간다

돌아올 거야

마른 초록과 깃털로 만든 둥지
어린새도 함께 돌아올 거야
내가 좋아하는 너의 믿음

그 믿음에 발을 담그고
어린새의 날개깃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코우- 리, 코우- 리
흉내 내 보다가

새의 소리도 나의 소리도 너의 소리도 아닌 소리가
희미하게 자라난다

  • 시인 박은지

비가 그치면 길가의 풀들이 무릎까지 자라 있다. 못 보던 풀도 빼곡하다. 이름은 모르지만 낯익은 꽃들이 촘촘히 피어난다. 초록과 초록이 만나 깊어지고 넓어진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온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올 것이다. 이렇게 당연한 일이 오래도록 당연했으면 좋겠다. 이 마음이 당연함을 오래 붙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