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풍류


  • 자전거를 타고

    아이가 강을 건넌다 이쪽에서 비 오고 저쪽에서 구름 걷힌다 빗방울 두꺼워 맞은 뺨 퉁퉁 붓는다 달리기에서부터 흐르기까지 봄 지나 봄 또는 철교 아이가 강을 한 번 더 건넌다 이쪽에서 차 굴러가고 저쪽에서 버스 쓸려 온다 바람 가늘어 맞은 뺨 펄펄 뛴다 흐르기 지나 떠가기까지봄 너머 봄또는 천둥 나는 아이의 자전거를 빼앗아강의 다리 밑으로 힘껏 밀쳤다 더 보기

  • 계동길 오후

    어느날 오후, 지인을 만나러 가면서 계동길을 산책하게 되었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창덕궁 옆 동네를 걷는 잠깐의 시간 동안 ‘여행자’가 된다. 손뜨개질로 만든 옷가게, 여행 서점, 고양이를 테마로 하는 전시장, 카페, 분식집, 파스타집, 악세사리 가게, 기념품 매장, 아이스크림집. 각자의 주제와 색깔을 뽐내는 공간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면서 들뜬 마음을 갖는다. 작은 골목길로 우회하여 창덕궁 방향으로 가까워지면 아주 더 보기

  • 체리암 첫 시 낭독회

    체리암이 시적인 공간이 되길 희망한지 1년이 지나 드디어 [젊은 시인들의 동고동락]의 첫 낭독회를 장대성 시인이 멋지게 시작하였으니 우리에게 뜻깊은 봄의 행사였다. 댄디한 차림의 장시인을 아홉 분의 문인과 시인을 친구로 둔 군인 한 분이 둘러싸고 앉았고, 정각 7시가 되자 장시인이 <복원>부터 낭독했다. 이어 낭독한 <새의 낙법>, <밤이 오겠지>는 이미 발표한 시이고 미발표 시들도 한 꾸러미 소개했다. 더 보기

  • 장대성의 시 낭독회

    장대성 시인의 시 낭독회를 김웅기(해경) 평론가와 함께 봄날 밤에 진행했다. 말이 주는 울림과 힘, 고뇌와 희망이 퍼져나가는 것을 같이 느꼈다. 낭독한 시는 장대성 시인의 <복원>, <새의 낙법>, <밤이 오겠지>, <겨울밤>, <있잖아>, <건강과 안정> 그리고 김수영의 <봄밤>,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이며, 김웅기 평론가의 산문 <나무처럼>, <작별>도 함께 했다. 그 중 장대성의 시 2편을 소개한다. 복원 쓰다 만 더 보기

  • 구름바위

    구름이 바위를 보듬다가 바위가 구름을 머금으면 가볍고 무거움은 한 끗 차이 진지해진 구름은 온 힘을 다해 단단해지고 바위가 폭소를 터뜨리는 날 옹골진 몸이 흩어져 버리겠지 가뿐함과 무게감 사이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구름이 바위되어 살 수 있고 바위가 구름되어 사라진다 여기, 누구나 속마음 뿌리가 드러난다 작은 집을 바위 삼아 마음속 구름을 잡아본다 구름의 뿌리가 바위라 했지 더 보기

  • 아니리

    1999년 나를 업고 마을을 쏘다니던 당신이 돌부리도 없이 땅바닥에 엎어진 날부터 죽은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 밤이면 동그랗게 솟은 것들이 전부 무덤으로 보이지 내가 사는 곳에는 언덕이 많고 길고양이가 지붕 밑을 나돌고 가끔 함을 파는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찹쌀떡이 쫀득하다는 이유로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은 없어 눈이 푹푹 나리는 이 밤에 취객이 골목에서 흥얼거리는 노래가 당나귀도 나타샤도 더 보기

  • 나무문을 열고 들어간 작은 세계, 체리암을 처음 본 순간 몸과 마음 깊이 스며들어있던 시골 어느 깊은 산속에서 뛰어놀던 어릴적 모습이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짧게도 길게도 머물던 시골은 그 시절 계절이 담긴 무언가에 늘 담겨있었어요. 귀하게 여기는 마을을 담아내던 그곳의 기억 조각들을한데 모아 만든 나만의 작은 나무함(函)들을 체리암에서 선보입니다. 한옥 지붕 아래겨울 끝자락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더 보기

  • 반사광

    식탁 위에 사과 우리가 함께하던 아침 내가 베어 물었지 향과 함께 일어나는 분진 그대로 얼어붙는 소리 지난밤엔 눈이 많이 내렸어 나는 밤새 열이 올랐고 창밖으로 빗질하는 소리 새들이 단숨에 날아오르는 몸짓 앉을 자리를 찾는 새들의 선회와 베어 물 자리를 찾는 손짓이 서로 닮았어 내 손안에 붉은 사과 노란 단면에서 보이는 어느 가을 함께 걸었던 오솔길과 더 보기

  • 전시의 제목 <연주>는 ‘연결되어 잠시 머물다’라는 뜻과 ‘자연이 머무는 집’이라는 두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가옥을 개조하여 탄생한 공간과 현대와 전통의 재료와 기법을 혼용하여 작업하는 작업자는 서로 닮아있고 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자연이 함께 하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가 연결됨을 표현하고 찾아오시는 분들과도 이어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전시 이름을 지었다. 전시기간: 2024.12.9 – 2024.12.15 정창윤 더 보기

  • 겸재 정선은 조선 후기까지 계속되어 오던 중국풍 관념 산수를 일신하여 진경산수를 창안한다. 비로소 우리 눈으로 본 우리 산천의 풍경을 우리 화폭에 담아내게 된 것이다. 겸재 정선이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추앙받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본 강연은 겸재의 그림을 통해 우리 옛 모습을 더듬어 보는 시간이다. 네번의 강연은 각 꼭지마다 겸재의 대표적 그림들을 읽어내면서 우리 옛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