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바위를 보듬다가
바위가 구름을 머금으면
가볍고 무거움은 한 끗 차이
진지해진 구름은
온 힘을 다해 단단해지고
바위가 폭소를 터뜨리는 날
옹골진 몸이 흩어져 버리겠지
가뿐함과 무게감 사이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구름이 바위되어 살 수 있고
바위가 구름되어 사라진다
여기, 누구나
속마음 뿌리가 드러난다
작은 집을 바위 삼아
마음속 구름을 잡아본다
구름의 뿌리가 바위라 했지
하늘 오를 바위는
구름의 짝이 되겠지
- 시인 송그늘
운근(雲根)이라는 말을 접하게 되었다. 중국 북송시대의 서예가/화가 미불이 구름과 안개가 산의 기운을 지닌 괴석에서 나온다고 하여 멋진 바위를 운근, 구름의 뿌리라고 불렀다. 성질이 서로 매우 다른 존재가 사실은 적절한 접점만 찾으면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누구나 자기 안에 서로 반대되는 것을 많이 갖고 있으니 구름이든 바위이든 고정되지 않은 자아를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