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강을 건넌다
이쪽에서 비 오고
저쪽에서 구름 걷힌다
빗방울 두꺼워
맞은 뺨 퉁퉁 붓는다
달리기에서부터 흐르기까지
봄 지나 봄
또는 철교
아이가
강을 한 번 더 건넌다
이쪽에서 차 굴러가고
저쪽에서 버스 쓸려 온다
바람 가늘어
맞은 뺨 펄펄 뛴다
흐르기 지나 떠가기까지
봄 너머 봄
또는 천둥
나는 아이의 자전거를 빼앗아
강의 다리 밑으로 힘껏 밀쳤다
다시는
오지 마
눈을 감았다 멀리
다가오는 자전거를 센다
하나
둘
셋
넷
…
계속 센다
- 시인 마윤지
점, 선, 면을 보면 종종 울렁거립니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 속에 분명한 점과 선이 있습니다. 그 사실에 압도 되는 동시에 안도합니다. 면 위로 내려앉은 햇빛이 면만큼 안겨 있습니다. 비어 있는 곳이 가득 차 있습니다. 한 사람이, 형체 없는 것을 셀 수 있게 되기까지. 분명한 형체를 형체 없이도 만져볼 수 있게 되기까지. 저는 그런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