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리지기들이 여행 다니면서 제일 듣기 좋아하는 음악 중에 꼽는 뮤지션이 있다. 바로 전설적인 팻 메시니가 서울에 오는데 안 갈 수가 없지. 곰이 젊은 시절부터 엄청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라 팥이 예매를 하고 곰에게 비밀로 하고 있었다. 드디어 공연날 경복궁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얘기했더니 사실 광고 보고 은근히 이 공연이길 기대했었다고 했다. 곰은 늘 일이 원하는 대로 된다! 더 보기

지난 달 우연히 녹색연합의 자연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공생>2 퍼포먼스의 참여자를 모집하는 공지를 보게 되었다. 동식물을 소재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여러 사람들이 광장에서 춤으로 보여주는 자연의 권리의 메시지가 어떻게 실현될 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연산호, 산양, 상괭이, 저어새, 흰수마자 퍼포먼스의 준비과정은 우선 5월 초 화상 회의로 시작되었다. 연출을 맡은 안영준 무용가를 더 보기

5월초에 봤던 플라멩코 공연의 스페인 안무가 모라우의 또 다른 무용 공연 <파시오나리아>도 내친 김에 보러 갔다.(2018년 창작 작품) ‘라 베로날 컴퍼니’는 모라우의 실험적인 예술 정신을 담은 바르셀로나 창작집단인데 수면제 이름 ‘라 베로날’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공연에서는 새로운 행성(우리의 우주와 닮았지만 다른 곳)을 상정하고 현재의 기술적 유토피아가 악몽이 되어버린 모습을 소개한다. 이 행성에서는 로봇같은 존재들이 ‘열정적으로’ 더 보기

기획자는 많이 읽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엮으며 만나야 한다. 5월에는 봇물 터진 공연들 여럿 챙겨보기로 결정하고(황당한 스케줄이 되어버림) 아울러 감상평/일기 형식의 메모장도 적어보기로 했다. 팥은 평생 공연을 꽤나 많이 봤으나 그 시간 온전히 즐기고 느꼈으면 됐다, 라고만 여기고 일기장에 한 줄 평 정도만 남겼었다. 일기 자체도 안 쓴 적도 많고. 그래서 한 번도 공연이 어땠는지 더 보기

낭독을 하는 날 체리암에 처음으로 방문한 김시인은 일찍 도착했다. 과일꾸러미를 들고 옴. 간식용은 아니었고 <top note>라는 시가 낭독 목록에 있는데 “볕이 잘 들지 않는 바닥에/ 유자, 라임, 레몬,/ 오렌지, 자몽, 귤을 쏟고서 주저앉아”라는 싯구가 등장한다. 볕이 잘 드는 테이블 위에 시트러스 계열의 파과(라고 했지만 내 눈엔 멀쩡해 보인)를 조심스레 올려두었고. 시인은 우리 툇마루에서 낭독회 손님들 더 보기

이렇게 시작해보려 한다. 봄은 견디어 와서 견주어 가는 것. 견딤과 견줌 사이의 찰나를 인연이라 한다면, 그 같은 사건은 흩날리는 꽃잎과 머리 내미는 잎사귀의 짧은 악수와 퍽 닮았겠다고. 나는 지금 한산한 골목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의자처럼 멍한 눈빛으로, 그러나 수심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모든 것을 물끄러미 건너보고 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 거짓말 같겠지만 섞여 들려오고 더 보기

정선의 정물화 강연을 계기로 처음 체리암 한옥을 방문했다. 대문을 지나 마당의 기단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아담한 거실이 있고 오른편 미닫이 문을 열고 닫으면서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그 날의 강연에는 정선의 그림들이 한옥 내부의 흰 벽면에 투사되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그림 강연을 계기로 만난 체리암을 가꾸고 있는 기획자 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11년 전에 처음으로 만들었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