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풍류


  • 오늘 수영하기

    2025년 5월, 두 수요일밤에 걸쳐 문학평론가 김웅기 선생이 김수영 시 수업을 진행하였다. 김웅기 선생은 체리암 산문 연작 중 <물끄러미 건너가기>의 필자이기도 하다. 팥이 김 선생님께 강연을 의뢰하게 된 인연은 장대성 시인의 체리암 시 낭독회의 진행자로 만난 때부터 이어졌다. 경희대학교에서 <김수영의 변증법적 공간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같은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시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2회에 더 보기

  • 버드나무 아래에서

    녹음 아래로 작은 빛이 발등에 내려앉는다주머니 안에 나 모르게 들어있던 손톱만 한 흰 종이학의 모양으로 첫 도둑질중학생 때 좋아하던 애의 교복 마이 단추,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딱 하나,그 남자애는 우리가 살아보지도 못한 시대의 노래를 허밍으로 부르곤 했지 걔에게 선율을 옮겼을 사람은 누구일까? 자주 그 어깨와 옆태를 그려봤지아주 오래전, 키가 걔만 할 때 그 노래를 더 보기

  • 용융

    봄어깨에 두른 외투를 떨어뜨린 사람 여름민소매 원피스를 고르는 사람 그날 다 봤다 고가 아래두껍게 껴입고 사는길사람 기지개 켜고아침에 몇 번솜주먹으로 내리치다 만 겨드랑이 생각이 났다 너와 나의 림프절우리들의 대관절 길길이 길이길이날뛰며 꺼지는 법 없이 오늘도 사람 많은 길을 걸었다 유럽 같아?CD 있어요?신이 한국인이야? 사진 찍어주던 사람에게멀리 농성 소리가까이 연주 마친 사람에게 그렇다고 믿고 있을 사람에게 더 보기

  • 체리암x양유당

    계동과 가회동을 잇는 음악회 체리암이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공사 시작 전) 어느 여름에 팥은 가회동의 멋진 한옥 양유당을 찾아 가보았어요. 공예 전시를 보러갔다가 친절한 김미경 관장님과 담소를 나누던 중에 고등학교 선배님이라는 반가운 사실을 알게 되었죠.(서문여고!) 우리의 북촌 사랑이라는 정겨운 공감대로 서로의 공간을 가끔 찾았고 팥은 부모님의 결혼 50주년 가족 행사도 양유당에서 치뤘습니다.(엄청나게 흡족해 하셨지요. 더욱이 더 보기

  • 5월 공연 메모장 3

    체리지기들이 여행 다니면서 제일 듣기 좋아하는 음악 중에 꼽는 뮤지션이 있다. 바로 전설적인 팻 메시니가 서울에 오는데 안 갈 수가 없지. 곰이 젊은 시절부터 엄청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라 팥이 예매를 하고 곰에게 비밀로 하고 있었다. 드디어 공연날 경복궁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얘기했더니 사실 광고 보고 은근히 이 공연이길 기대했었다고 했다. 곰은 늘 일이 원하는 대로 된다! 더 보기

  • 지난 달 우연히 녹색연합의 자연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공생>2 퍼포먼스의 참여자를 모집하는 공지를 보게 되었다. 동식물을 소재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여러 사람들이 광장에서 춤으로 보여주는 자연의 권리의 메시지가 어떻게 실현될 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연산호, 산양, 상괭이, 저어새, 흰수마자 퍼포먼스의 준비과정은 우선 5월 초 화상 회의로 시작되었다. 연출을 맡은 안영준 무용가를 더 보기

  • 5월 공연 메모장 2

    5월초에 봤던 플라멩코 공연의 스페인 안무가 모라우의 또 다른 무용 공연 <파시오나리아>도 내친 김에 보러 갔다.(2018년 창작 작품) ‘라 베로날 컴퍼니’는 모라우의 실험적인 예술 정신을 담은 바르셀로나 창작집단인데 수면제 이름 ‘라 베로날’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공연에서는 새로운 행성(우리의 우주와 닮았지만 다른 곳)을 상정하고 현재의 기술적 유토피아가 악몽이 되어버린 모습을 소개한다. 이 행성에서는 로봇같은 존재들이 ‘열정적으로’ 더 보기

  • 반투명

    오월이면 초록은 여름이 오는 길을 닦고 바람을 따라 흔들린다 주저 없이 새들은 봄을 내려놓고 밤 없는 여름을 향해 날아간다 돌아올 거야 마른 초록과 깃털로 만든 둥지어린새도 함께 돌아올 거야내가 좋아하는 너의 믿음 그 믿음에 발을 담그고어린새의 날개깃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코우- 리, 코우- 리흉내 내 보다가 새의 소리도 나의 소리도 너의 소리도 아닌 소리가희미하게 자라난다 비가 더 보기

  • 5월 공연 메모장 1

    기획자는 많이 읽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엮으며 만나야 한다. 5월에는 봇물 터진 공연들 여럿 챙겨보기로 결정하고(황당한 스케줄이 되어버림) 아울러 감상평/일기 형식의 메모장도 적어보기로 했다. 팥은 평생 공연을 꽤나 많이 봤으나 그 시간 온전히 즐기고 느꼈으면 됐다, 라고만 여기고 일기장에 한 줄 평 정도만 남겼었다. 일기 자체도 안 쓴 적도 많고. 그래서 한 번도 공연이 어땠는지 더 보기

  • 김민지의 시 낭독회

    낭독을 하는 날 체리암에 처음으로 방문한 김시인은 일찍 도착했다. 과일꾸러미를 들고 옴. 간식용은 아니었고 <top note>라는 시가 낭독 목록에 있는데 “볕이 잘 들지 않는 바닥에/ 유자, 라임, 레몬,/ 오렌지, 자몽, 귤을 쏟고서 주저앉아”라는 싯구가 등장한다. 볕이 잘 드는 테이블 위에 시트러스 계열의 파과(라고 했지만 내 눈엔 멀쩡해 보인)를 조심스레 올려두었고. 시인은 우리 툇마루에서 낭독회 손님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