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ㅊㄹㅇ 시선


  • 구름바위

    구름이 바위를 보듬다가 바위가 구름을 머금으면 가볍고 무거움은 한 끗 차이 진지해진 구름은 온 힘을 다해 단단해지고 바위가 폭소를 터뜨리는 날 옹골진 몸이 흩어져 버리겠지 가뿐함과 무게감 사이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구름이 바위되어 살 수 있고 바위가 구름되어 사라진다 여기, 누구나 속마음 뿌리가 드러난다 작은 집을 바위 삼아 마음속 구름을 잡아본다 구름의 뿌리가 바위라 했지 더 보기

  • 아니리

    1999년 나를 업고 마을을 쏘다니던 당신이 돌부리도 없이 땅바닥에 엎어진 날부터 죽은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 밤이면 동그랗게 솟은 것들이 전부 무덤으로 보이지 내가 사는 곳에는 언덕이 많고 길고양이가 지붕 밑을 나돌고 가끔 함을 파는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찹쌀떡이 쫀득하다는 이유로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은 없어 눈이 푹푹 나리는 이 밤에 취객이 골목에서 흥얼거리는 노래가 당나귀도 나타샤도 더 보기

  • 반사광

    식탁 위에 사과 우리가 함께하던 아침 내가 베어 물었지 향과 함께 일어나는 분진 그대로 얼어붙는 소리 지난밤엔 눈이 많이 내렸어 나는 밤새 열이 올랐고 창밖으로 빗질하는 소리 새들이 단숨에 날아오르는 몸짓 앉을 자리를 찾는 새들의 선회와 베어 물 자리를 찾는 손짓이 서로 닮았어 내 손안에 붉은 사과 노란 단면에서 보이는 어느 가을 함께 걸었던 오솔길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