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사과
우리가 함께하던 아침
내가 베어 물었지
향과 함께 일어나는 분진
그대로 얼어붙는 소리
지난밤엔 눈이 많이 내렸어
나는 밤새 열이 올랐고
창밖으로 빗질하는 소리
새들이 단숨에 날아오르는 몸짓
앉을 자리를 찾는 새들의 선회와
베어 물 자리를 찾는 손짓이
서로 닮았어
내 손안에 붉은 사과
노란 단면에서 보이는
어느 가을
함께 걸었던 오솔길과
어느 여름 백사장
불꽃을 쥐고 서 있던
알고 있니
지난밤엔 눈이 많이 내렸어
나는 밤새 문을 열어두었고
창밖으로 너의 푸른 셔츠
흩어지고 있는 비행운이 보여
하늘도 이제 다 개었는데
이것은 하얀 반사광
아침이 베어 문 자리
아는 것이 많은 너
이렇게 말해줄 것만 같아서
사과를 준비했어
자리를 남겨 두었어
- 시인 함이재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변하지 않는 마음이 있듯이. 매일 아침 먹는 사과. 매일 아침 내리는 커피. 습관이란 건 무심하지만, 그럼에도 불현듯 생각나는 순간들이 있다. 지나간 것들. “있었다”라는 말에 가까운 순간들.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나를 감싸고 지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어느 순간을 지나왔음을 느낀다. 지나와도 변하지 않은 내가. 변하려고 해도 결국엔 변하지 못한 내가 사과를 쥐고 있었다.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고. 손에 쥔 사과는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아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