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팥은 요리를 즐긴다. 음식쓰레기는 주로 야채와 과일 껍질이 나오는데 우리 퇴비를 만드는 주 재료이므로, 버리는 것이 곧 모으는 일이니 기분이 좋다. 식당에서도 그들의 음식쓰레기 봉투에 들어가느니 우리 퇴비 재료로 가져가면 되니까 나중에 포장해가서 먹을 만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져간 용기에 싸온다. 흔히 우리가 다녀가면 식당 직원의 고개가 갸우뚱해지거나 어쩜, 정말 깨끗하게도 드셨네!라며 칭찬을 듣는다.

집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알뜰주걱을 상시로 쓴다. 곰은 그야말로 스파출라의 신이다. 우린 대체로 식사가 끝나면 그건 일차 과정이고 이차 과정은 곰의 알뜰주걱 마무리 예술이다. 그래서 결국 싱크대로 흘려보내는 남은 음식물이 거의 없게 된다. 흔히 쓰레기의 문제는 눈에 안보이는 곳으로 흘러가거나 내 집 바깥으로 밀어버리면 끝나니까 그 종착점에 대해 잘 생각해볼 기회가 없어서 문제다. 그렇게 문명의 삶은 사실 어딘가의 엄청난 쓰레기 산들을 매일 만들어가며 영위하는 것이며 우리 각자의 생활공간 바로 옆에는 궁극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써서 여과해야 하는 오염된 하수구가 있다는 점에 대해 요새는 더욱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요리수업에서의 일이다. 각자 팬에 버터를 한 옴큼씩 배급받고 무언가를 볶으라는 명령에 따랐다. 노릇노릇해진 재료를 건지고나니 선생이 팬을 수거후 지글지글하는 상당한 양의 버터가 든 팬을 싱크대에 포개고 죄다 하수구에 흘려보내는 것을 보고 충격을 심하게 받았다. 일주일에 수업을 몇 번 하는 사람인지 몰라도 엄청난 횟수의 낭비와 오염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요리수업의 끝은 주로 이쁘게 그릇에 완성품을 올리고 사진 찍고 먹기이다. 참으로 참담한 심정으로 억지로 먹고 집에 와서 선생에게 이메일을 썼다. 나름 용기를 내어 쓰는 것이라고 밝혔고 반환경적인 행태들 몇 가지 지적했다. 그 이후에 왠만해서는 어떠한 요리수업이든 잘 안 가게 되었다. 우리 삶에서 겉으로 이쁘고 정돈된 모습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 온갖 파이프를 통과하고 있는 물체들이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체리암에서 요리 관련 행사를 한다면 손님들에게 알뜰주걱을 선물해야겠다. 그 미학을 알만한 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