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체리지기들은 평소에 집에서는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고 외식할 때는 생선, 해물까지 먹는 페스코-채식주의자(Pescatarian)이다. 우리는 야채의 본래 맛을 즐기므로 비건식당 가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외국여행을 가면 일부러 찾아다니는데 보통 아주 세련되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육류는 그 폐해를 알고나서 자연스럽게 피하게 되었고 채식의 기쁨을 알면 알수록 몸도 그에 맞추어 고기를 소화할 효소도 잘 안 나오게 되었다(고 느낀다). 아울러 혀의 감각은 더욱 야채맛에 예민해져 원재료의 맛을 더 세세하게 잘 느끼게 되었다.

비건으로 사는 분들 보면 한없이 응원해드리고 싶은 이유는 이 사회가 아직은 비건인을 소외하는 경우가 많고 가끔은 그들이 비이성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의 멋진 소신으로 환경, 동물권, 몸 생각해서 무엇을 안 먹겠다는 행위가 도대체 왜 조금이라도 비난을 받는지 어이가 없지만 사회의 주류는 흔히 그렇게 잔인하고 무식한 것이다. 서양에서 말하는 wokerati(사회이슈에 대해 깨인 자들을 일컫는 경멸투의 단어)에 대한 질투이자 미움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우리 공간은 비건인이 우대받는 곳이 되고자 한다. 채식만 요리가능한 우리 부엌에서는 친구네 놀러와서 요리하는 것처럼 편하게 비건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비건/논비건, 이러한 구별을 지양하고 모두가 함께 즐겁게 비건음식을 먹는 중간영역스러운 장을 여는 것이 우리 목표이다. 이와 관련된 행사를 구상 중이고 우선 <작가와의 사적인 모임> 시리즈 중 마하키친의 비건도시락을 제공했더니 정성드레 키운 싱그러운 채소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고, 감칠맛나는 콩 요리, 실한 주먹밥을 함께 맛보며 다들 행복해하셨다. 손님 중 비거니즘에 대해 한 층 더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이 계시니 이러한 잔잔한 방식의 체리암 환경운동에 큰 보람을 느꼈다.

참고로 <아무튼 비건>의 저자 김한민이 팥의 둘째 동생이다. 집안에 환경운동가가 둘이나 되니(큰 동생 김산하는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자연스레 채식을 위주로 하는 가족이 되었다. 우리는 가족끼리 서로 응원하니 다행인데 팥이 만나본 여러 비건친구들은 흔히 집안에서 이미 소외를 당하고 있다. 우리는 용기가 대단한 그들을 응원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