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배고픈 밤엔 미역국을 끓여요
혼자 먹기 아까우니 친구를 불러요
친구가 올 때까지 무얼 할까요?
제 경우엔 ― 친구를 기다려요
차가 막힐 거예요 마음에 드는 옷 없을 거예요
더운 물이 나오지 않을 거예요
몰라요
배가 너무 고파서 과자를 뜯었어요
봉지 안의 별조각들을 쓸어 삼켰어요
제가, 허풍이 좀 있어요
국 끓는 소리에 잠이 솔솔 오는데
와서 깨우겠지요
- 시인 서호준
잠이 오지 않는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시간을 보면 수십 분씩 지나 있다. 눈을 꼭 감는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는다. 배고파. 다시 핸드폰을 켠다. 새벽 두 시 사십 분. 혼자 누운 이 밤에. 카톡 친구 목록을 보면 ― 일 년, 오 년, 십 년, 이십 년 전에 연락이 끊긴 친구들의 얼굴. 하려면 지금도 할 수야 있지만.
얘는 미국에 있구나. 얘는 애가 셋이구나. 얘는 그때 얼굴 그대로구나. 그러한 것들을 구경하다 보면 새벽 네 시. 참을 수 없는 허기. 일어나서 불을 켜고 물을 끓이고 거기에 뭘 좀 썰고 넣고. 잠깐 눕는다. 국 끓는 소리가 잠을 부른다. 어딘가에 둥둥 떠 있는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