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1과 현장
며칠 전 오랜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왔다. 미술관 지하 1층에는 전시《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26. 6. 19. – 10. 11)가 한창이었다. 그곳에서 본 성능경 작가의 작품 <현장1> (1979)은 70년대 신문의 보도사진으로 만들어진 사진 작품이다. 당시 일부 보도사진에는 관련 기사에 거론된 장소나 인물을 지시하기 위해 원, 화살표 같은 기호가 표시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러한 지시 기호가 표시된 보도사진을 수집하고 그 사진들을 접사*로 촬영한 뒤 해당 필름 위에 기존 기호를 위치이동해 그려넣었다. 예를 들어, 아래로 표시되어 있는 화살표옆에 위로 화살표를 그리거나 건물 3층에 표시되어 있는 원을 2층에도 그리는 식이다. 그 필름을 인화하면 신문편집자가 그려넣은 기호와 작가가 그려넣은 기호가 함께 나타나게 된다. 이로써 강조 지점은 재안내되어 전과는 다른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이 작품을 보며 또 다른 현장과 연결되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접사 촬영: 피사체를 극단적으로 가까이에서 크게 확대해 눈으로 보기 힘든 세밀한 디테일을 담아내는 촬영 기법

위 작품을 보고 내가 떠올린 현장은 ‘수라’였다. 지난 8월 중순, 수라에 다녀왔다. 4월에 방문한 이후 5개월 사이에 수라 주변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수라를 조망할 수 있는 남북9교차로에 가보니 해당 도로를 중심으로 수라 반대편에 위치한 갯벌 일부(새만금 국가산업단지 8공구)가 완전히 메워져 있었다. 근 몇년 동안 그 일대에 갈 때마다 갯벌을 뒤집는 장면들을 마주하긴 했지만 거대한 중장비들을 피해 먹이활동을 하는 도요새, 저어새와 같은 물새들도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갯벌이 내가 서있는 도로 높이까지 높아져서는 완연한 땅이 되어 버렸다. 기가 막혔다.

땅이 되어버린 갯벌을 보니 수라갯벌도 눈 깜짝할 사이에 공항으로 변해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 아찔했다. 수라에 세우려고 하는 새만금 신공항의 경우, 새만금의 핵심 복합 물류망 구축사업 ‘새만금 트라이포트’의 중요한 한 축이라 이야기된다. 새만금 트라이포트는 하늘-바다-육지를 잇는 물류 인프라로서 하늘길을 위한 새만금 신공항을 비롯한 바닷길의 새만금 신항만, 항만과 공항과 내륙을 이어줄 새만금항 인입철도를 포함한다. 모두 아직 지어지지 않은 것들이다. 이 야심찬 개발사업은 언론을 통해 전북 지역의 경제적 발전, 국가의 지역 균형 발전, 에너지 대전환과 같은 핑크빛 미래를 펼쳐줄 날개인 양 홍보되고 있다. 그런 기사들이 그리는 청사진은 개발 – 발전 – 경제적 풍요를 강조하는 기호들로 가득 차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그 개발은, 발전은, 풍요는 누구를 향해 있는가? 진정으로 그 땅에 사는 주민들을 향해 있는가? 그 땅에 사는 생명들을 향해 있는가? 나는 성능경의 방법론을 차용하여 매립되어버린 갯벌과 수라에 화살표를 잔뜩 그려넣고 싶다. 뉴질랜드에서 1만km 이상을 날아와 그곳에서 쉬어가는 큰뒷부리도요에, 검은머리물떼새가 품던 알 위에, 흰발농게가 파놓은 구멍 위에, 쇠제비갈매기가 먹이를 잡기 위해 정지비행을 하던 하늘에, 가을이 되면 그곳을 찾는 큰기러기 떼에, 수라의 염습지의 풀숲에서 살아가는 작은 곤충들에.




- 글과 첫 번째 사진 박지연

- 참조
문정곤, 「새만금산단, 환경 준비 없이 사업만 확장」, 『전북일보』, 26. 2. 26.,
https://www.jjan.kr/article/20260226500016.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동물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