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을 보고

실제로 본 적은 없으나 여차하면 탄생할 것만 같은 생명체들. 괴물이라고 칭해질 것만 같은
존재들. 호주의 현대미술가 Patricia Piccinini는 그런 존재들을 조각으로 만들어냈다. 개와 돼지와 사람이 혼종된 듯한 아이, 온몸에 긴 털이 나있고 사람인 듯 사람 아닌 존재, 독수리 알을 품기 위한 신체를 갖고 있는 철학자 등이다. 그런데 그 존재들은 사랑과 돌봄의 에너지로 둘러싸여 있다. 이 점이 특별하다. 이 에너지 때문에 관객들은 그들을 쉬이 괴물이라 부를 수 없게 된다.

피치니니의 조각들은 기괴해 보이지만 야생의 면면을 떠올리게도 한다. 예를 들어, 작품 내
혼종적 존재들로부터 역동적인 관계맺기가 느껴질 때면 지의류가 생각난다. Safely Together (2022)라는 작품을 보면 설치류의 두상에 개의 코, 덥수룩한 눈썹, 사람 귀를 한 얼굴 뒤로 물고기 비늘같은 몸체가 이어진다. 몸체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표면을 하고 있다. 조각 가운데에는 새끼를 품고있는 모습도 보인다. 포유류, 어류 나아가 생물, 무생물이 하나가 되어있다.

지의류는 균류와 광합성자인 녹조류 혹은 시아노박테리아의 공생체이다. 균류는 조류에게
서식처 그리고 공기 중에서 얻은 수분, 무기양분 등을 제공하고,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합성한 탄수화물을 균류와 나눈다. 이는 종 種 을 넘어선 계 界 간의 협력이다. 기원이 다른 각각의 종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합쳐져 탄생한 새로운 유기체가 바로 지의류인 것이다. 지의류는 연간 mm 단위로 매우 천천히 자라면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여 전지구적으로 분포한다. 이들은 북극 툰드라, 남극 대륙 내부의 계곡, 고산지대 등의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나간다.

신안의 해변에서 본 지의류. 최소 3종의 지의류가 보인다.

스위스의 식물학자 시몬 슈벤데너(Simon Schwendener)는 지의류가 균류와 미세 조류가 함께 살아가는 복합 생물이라는 ‘2생명체가설’를 발표했다.(1867년) 주류 지의류학자들은 반발했다. 슈벤데너의 이론은 하나의 독립적인 생물군으로 분류되었던 지의류의 분류 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종은 독립된 개체라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지의류가 공생체라는 사실은 결국 증명되었다. 이 점에서 지의류와 피니치치의 생명체들은 닮아 있다.

이번 피치니니 개인전(수원시립미술관, ~ 26. 11. 1.) 전시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기괴하다’였다. 그 기괴함은 혼종적 존재들의 외형 그 자체, 그 존재들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감정(사랑, 연민), 행위(돌봄, 연대)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이질감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기괴하다거나 괴상하다는 말을 할 때 거기에는 보통, 정상이라는 범주를 벗어났다는 의미가담겨있다. 허나 보통이나 정상의 범주는 항상 변하며, 특정 감정이나 행위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쩌면 기괴함은 다양성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글과 지의류 사진 박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