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생각 품고
머물다가 
떠나가는 곳

지난 3월, 무척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단일체의 형상을 보았다. 그 미지의 형상은 수탉의 머리, 공작의 목, 인도혹소의 혹, 사자의 허리, 뱀의 꼬리, 코끼리 다리, 사슴 다리, 호랑이 다리, 연꽃을 쥔 사람의 손을 하고 있었다. 그 정체는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나바군자라 Navagunjara라는 전설의 동물이었다.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국립공예박물관의 <엮음과 짜임 Entangled and Woven> 전시에서 보았는데, 전시 이름처럼 나바군자라는 엮이고 짜여 있었다. 직물로, 은으로, 비즈로, 식물줄기 등으로.

전시장 입구. 이 전시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었는데, 청주, 뉴델리, 맨체스터의 예술 기관들의 상호 협력으로 탄생한 프로젝트였다.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 청주공예비엔날레, 영국 맨체스터 휘트워스 미술관 공동기획, 인도국립공박물관 협력, 현대자동차 파트너)

나바군자라는 인도 3대 고대 서사시 중 하나로 인도 정신문화의 뿌리로 꼽히는 ‘마하바라타’, 그 중에서도 인도 동부 오디샤 지역의 언어 오디야어로 쓰인 사랄라 다사의 마하바라타에서만 언급된다. 위 작품을 선보인 보이토 Boito는 오디샤의 전통 직조 기술을 현대적 디자인과 결합하여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인도의 슬로우 패션 브랜드이자 예술공동체로, 지역의 여러 장인들과 협업하여 이번 작품을 탄생시켰다.

Boito, Navagunjara – Asareer, 2025

이 작품에는 오디샤 지역의 여러 전통 공예 기법이 쓰였는데, 수탉의 머리는 무카치트라 기법(종이 반죽을 이용해 정교한 마스크, 형상을 만듦), 공작의 목은 고대 전통 회화 기법인 파타치트라, 뱀의 꼬리는 사바이 풀을 꼬아 만든 보베이 공예 기법, 호랑이 다리는 밀랍 주조 방식의 금속 공예인 도크라 기법, 인도혹소의 혹은 수제 직조 직물 코트파드가 사용되었다. 이 외에도 피플리 마을을 중심으로 발전한 피플리 자수, 타라카시 은 세공법 등이 활용되었다.

장인들이 작품을 제작하는 모습. Boito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나바군자라는 힌두교의 중요한 트리무리티(삼주신) 중 비슈누 신의 현현이다. 비슈누는 우주 질서가 위협받을 때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한 신성한 개입을 한다고 하는데, 그가 나타난 형상인 나바군자라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서로 다른 동물의 부분이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모든 생명체가 연결되어 있으며, 그 모두는 결국 단일하고도 신성한 현실의 일부임을 암시한다. 모든 존재는 표면적으로는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통일성을 띠고 있다는 인식 또한 담겨 있다. 이는 ‘다양성 속의 통일성’이라는 힌두교의 핵심 교리와도 맞닿아 있는 메시지라고 한다.

이 의미를 알고 나니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갔을 때 방문한 티베트 박물관에서 본 달라이 라마의 한 마디가 생각났다.
“나는 나 자신을 수십억 인류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티베트 불교의 종교 지도자이자 티베트 망명 정부의 정치 지도자이며 자비와 연민에 기반한 비폭력주의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자신을 설명하는 문장이다. 그는 이어 덧붙였다. 차이를 강조하면 거리가 생긴다고, ‘나는 달라이 라마’라는 생각에 몰두하면 자신은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 뿐이라고. 그는 모든 존재가 상호의존적임을 강조한다. 이해하기 어려울 것도 없는 사실이지만 새삼 깨닫는다. 우리는 지구 위 수많은 생명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자신만의 모습을 한 채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바군자라처럼 말이다.